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손해배상 판결을 “폭거이자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격했다. 지난달 30일 판결 이후 일본 정부에서 나온 가장 거친 표현으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쟁점화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 정부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하는 등 ‘반격’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고노 외상은 6일 기자들에게 “(징용 피해 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끝난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한국 쪽이 적절히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와 독도 등 입장 차가 첨예한 사안을 놓고 양국이 서로를 비판하는 일은 다반사이지만, 외교 수장이 “폭거”라는 말까지 꺼낸 것은 이례적이다.
고노 외상은 판결 이후 한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그는 5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1965년 한-일)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그들(한국)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이 이슈를 먼저 신경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일) 동맹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하는 입법 조처를 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일본 정부가 굳혔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조속히 적절한 조처를 강구하지 않으면 국제 재판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했다.
이런 태도에 일본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있다. 5일 다른 일본 변호사 90여명과 일본 정부 주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피해자가 재판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게 최근 국제적 흐름”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규칙 위반이라며 세계무역기구에 한국 정부를 제소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덕에 대우조선해양의 저가 수주가 가능해져 시장이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양자 협의는 제소를 위한 사전 단계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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