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전파하라고 재외 공관들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영사관을 포함한 재외 공관들에 일본 쪽 주장을 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외무성 간부 말을 인용해, 일본대사의 현지 언론 기고 활동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주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주프랑스 일본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에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내용의 고노 다로 외상 성명이 실려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고노 외상은 곧바로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일본어와 함께 영어로 냈다. 이 성명에서 고노 외상은 “일-한의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댜. 고노 외상은 6일에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날마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국제적으로 전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노 외상은 지난 5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이 대사들에게 해외 언론 기고 지시를 내린 이유는 대사관 누리집이나 대사 에스엔에스를 보는 이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외 공관 언론 기고 전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에 한국과 중국이 비판하자 이런 전략을 사용했다. 당시 몇몇 일본대사들이 현지 언론에 일본의 주장을 기고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기존에 써왔던 ‘징용공’이라는 표현 대신에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통일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9일 전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강제징용 피해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기업이 시행한 다양한 조선인 노동자 동원 방법 가운데 ‘모집’과 ‘관 알선’에 의한 동원은 강제동원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1944년 이후 징용에 의한 노동자만 강제노동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시 모집과 관 알선에 의한 동원도 사실상 조선총독부의 행정력이 동원된 강제적인 것이었으며, 동원된 이들은 일본 기업의 혹독한 노무 관리를 받으며 중노동에 시달렸다. 또 각종 보험과 적금 가입이 의무화돼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1938년 이후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동원된 이들을 모두 강제동원 피해자로 규정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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