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가 2012년 2차 집권 이후 최저치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10일 전국 유권자 1165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해보니,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한 49% 중 “지도력이 있다”를 이유로 꼽은 이는 13%에 그쳤다고 11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2차 집권을 한 이후 이 신문 여론조사에서 ‘지도력 항목’ 최저치에 해당한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2%)을 한 이들 중 “지도력이 없다”를 이유로 든 이가 35%로 지난번 조사인 3월 조사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최고치다.
일본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그 동안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이들의 주요 근거는 “지도력이 있다” 같은 ‘능력’이었다. 지지하지 않는 쪽은 “신뢰할 수 없어서” 등 주로 ‘도덕성’ 측면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상당히 이례적인 이유다.
최근 여론의 동향은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와 관련이 있다. 이 신문 여론조사에서 일본 정부의 전체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로 지난번 조사에 견줘 11%포인트 상승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한 이는 38%로 지난번 조사에 견줘서 9%포인트 하락했다.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최근 발표된 일본 여론조사 결과에서 모두 50%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보수적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8~10일 전국 유권자 1132명의 응답을 얻어 이날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였다. 우파적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후지 티브이>(TV) 중심 뉴스 네트워크 채널 <에프엔엔>(FNN)과 9~10일 1057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였다. <교도통신>이 8~10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219명 중 57%가 정부 대응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정부가 바이러스 대량 검사를 전제하지 않은 ‘7년 전 행동계획’을 코로나19 사태에서 그대로 따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일본 정부가 지난 2013년 감염병 유행을 대비해 ‘행동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에는 원래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피시아르(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대량으로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전했다. 7년 전 작성한 행동계획에는 “유행 정점을 늦춰서 의료 체제 정비와 백신 제조 시간을 확보한다”고 적혀 있었고, 이 계획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바탕이 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감염자 전원을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보고, 타미플루 같은 치료약을 투여한다는 계획이 전제였다. 이번처럼 치료약도 없고 증상도 잘 발현되지 않는 경우에 대량으로 검사한다는 논의는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 부족 지적이 잇따르자, 아베 정부는 검사를 확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반응 속도는 매우 느리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6일 피시아르 검사 능력을 하루 2만건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난달 하순까지 검사 능력은 1만5000여건 확보에 그쳤다. 실제 검사 건수는 현재 하루 8000건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 지지율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49%로 지난 3월 조사 48%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지지한다”는 응답이 42%로 지난달 조사와 같았다. 자민당 정부 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민심 탓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자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4%였으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지율은 4%에 그쳤다. 가장 많은 답은 “지지 정당이 없다” 44%였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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