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후원금 논란 등을 다룬 일본 우익 언론 산케이신문 갈무리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및 운영 관련한 논란을 이용해서 일본 우파 성향 신문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수요집회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2면에 게재하는 ‘주장’이라는 코너에서 “반일 집회를 그만두고 (소녀)상 철거”를 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주장’은 일종의 사설인데, 이 신문은 이 코너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최근 정의연과 관련해서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소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씨가 이번에 정의연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반일 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고 강조하며 “단체의 부적절한 운영 등을 부각한 것도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 할머니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가 학생들에게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고 말한 것을 비틀어 ‘수요집회는 반일 집회’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또한 “여당에서는 윤씨(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반일’이라고 무엇이든지 통하지는 않는다.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도 적었다.
산케이신문은 정의연 논란을 사설뿐 아니라 국제면 기사와 오피니언면 칼럼에서도 다뤘다. ‘역사전(쟁)’이라는 문패가 달린 국제면 기사에서는 “위안부를 위한 모금 부정 사용 등 의혹이 속출해 여러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당했으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태세다”라는 내용을 다뤘다.
오피니언면에서는 일본 우파 성향 언론에 자주 나타나는 인물인 리소테쓰(이상철) 류코쿠대 교수가 쓴 “위안부 단체 의혹, 문씨(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리 교수는 이 칼럼에서 정의연 논란을 소개하며 “우선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항상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강제동원 피해) 해결은 ‘피해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는데 ‘피해자’는 누구냐”라고 묻기도 했다. 또 “정의라는 미명하에 ‘반일’을 표방해서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 기부금을 모으고 이를 가지고 생계를 잇고 정계 진출을 꾀한 단체와 개인이 있다는 실태를 모른다고 할 것인가. 이러한 단체를 지지 기반으로 삼은 문씨는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정의연 논란에 대해서 일본 주요 언론들은 그동안 한국 언론을 인용해서 사실관계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산케이신문>이 이날 이례적으로 지면에 대대적으로 정의연 사태를 보도하는 등, 일본 안에서 정의연 논란이 한-일 외교관계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지난 17일 “위안부 문제, 구조가 변할 가능성. 지원단체에 강한 불만”이라는 제목으로 기무라 간 고베대(한반도 지역 연구) 교수 인터뷰를 실었다. 기무라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어디까지나 정의연 운영을 둘러싼 문제일 뿐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이것이 일본-한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한국 사회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위치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무라 교수는 “이번 문제가 정의연의 영향력에 결정적으로 타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정의연이 위안부 의견을 대변한다’는 구조가 바뀌고 이후에는 징용공 문제처럼 위안부 자신과 유족 같은 ‘당사자’가 주도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운동의 이데올로기 색깔을 후퇴하게 되고, 개별 당사자 사정을 감안해서 시시비비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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