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변호인들이 2018년 11월12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와 피해자 4명의 사진을 들고 도쿄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본사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법원이 내린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 공시송달이 4일 발효되자, 일본제철이 자산 압류를 피하기 위해 ‘즉시항고’ 방침을 밝혔다.
일본제철은 4일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국가 간 정식으로 합의된 (1965년) 일-한 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이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즉시항고 방침”을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 6월 일본제철이 압류명령 서류의 접수를 거부하며 1년5개월 이상 시간을 끌자, 서류가 상대방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4일 0시를 기해 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하게 되며, 법원은 일본제철이 소유한 한국 내 주식에 대한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본제철은 2008년 1월 포스코와 제휴해 만든 기업인 피엔알의 주식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기준 4억537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불복 신청 방법의 하나인 즉시항고를 하면 법률적으로 집행정지 효력이 있다. 이후 항고법원은 즉시항고를 기각하거나 집행법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일본제철은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온 지 한달여 뒤인 2012년 6월 주주총회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어쨌든 법률은 지켜야 한다”(사쿠마 소이치로 당시 상무)며 강제동원 배상 판결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일본제철은 2018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베 신조 정부 입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일본 각료들은 이날 일제히 현금화가 실현되면 ‘보복 조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연계해 나가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라는 관점에서 여러 선택지를 놓고 의연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도 “한국 쪽 대응은 국제적 상식에 어긋난다. 흐름으로 보면 (일본이) 대응을 취해야 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 조처로는 △주한 일본대사 소환 △한국인 대상 비자 발급 제한 △한국 상품 관세 인상 △일본 상품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금융제재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이 거론된다.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 모임인 ‘보수단결의 모임’은 4일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이 현실화되면 “즉시 한국 정부에 실효성 높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정부에 제출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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