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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휴일밤 지진에 10년전 공포 떠올린 시민들 “쓰나미 없단 말 못믿어”

등록 2021-02-14 19:16수정 2021-02-16 12:02

[다리골절 등 부상자 150여명 속출]
2011년 대지진 때 직격탄 맞은
후쿠시마·미야기현 시민들 공포
“10년 전보다 더 흔들려” 반응도

일 기상청 “향후 1주일 강진 대비”
도호쿠 화력발전소 13기 가동중단
14일 일본 도호쿠 지방 후쿠시마현 소마시 한 체육관에 전날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을 피해 대피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약 2미터 간격으로 텐트가 세워져 있다. 소마/AP 연합뉴스
14일 일본 도호쿠 지방 후쿠시마현 소마시 한 체육관에 전날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을 피해 대피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약 2미터 간격으로 텐트가 세워져 있다. 소마/AP 연합뉴스
“밀어 올리는 것 같은 흔들림이 두 번 정도 왔다. 10년 전처럼 위험하다는 생각에 남편, 딸과 함께 짐을 싣고 대피했다. 당분간 여기서 상황을 보고 싶다.”

일본 도호쿠 지방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 사는 한 주부는 14일 새벽 쓰나미(지진해일)를 우려해 높은 지대로 도망쳤다.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 자신의 집이 완전히 망가진 이들 가족은 일본 기상청이 “쓰나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안전을 위해 일단 피난을 나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남성 회사원도 짐을 챙겨 높은 지대로 올라왔다. 그는 이 신문에 “쓰나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믿을 수 없다. 10년 전 봉변을 당했으니 교훈으로 삼아 일단 피했다”고 말했다. 이시노마키시는 2011년 대지진 때 쓰나미 등으로 35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곳이다.

휴일 늦은 밤에 발생한 규모(지진 시 탄성 에너지 척도) 7.3의 강한 지진으로 도호쿠와 간토 지방은 공포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직격탄을 맞은 곳이어서, 시민들의 두려움이 한층 더 컸다.

지진은 13일 토요일 밤 11시8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했고,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 최대 ‘진도 6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최근 구마모토(2016년), 홋카이도(2018년)에서 강진이 발생했지만 이번 지진은 발생 시기, 강도, 발생 위치가 모두 동일본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다. <산케이신문>은 후쿠시마 주민들이 “(동일본)대지진 때의 일이 머리를 스쳤다”, “10년 전보다 흔들림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에 대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일으킨 거대 지진의 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동일본대지진 1개월 뒤에 발생한 여진과 메커니즘이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관계 각료 회의에서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6강 수준의 지진에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시름하던 자영업자들은 강진까지 겹치면서 절망하고 있다. 미야기현에서 주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서 “코로나로 매출이 떨어진 때에 이런 지진이 발생하다니 정말 괴롭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도쿄도, 지바현, 가나가와현에서도 ‘진도 4’의 흔들림이 수분 동안 계속됐다.

곳곳에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엔에이치케이> 집계 결과, 이번 지진으로 후쿠시마현 78명, 미야기현 55명 등 현재 150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흔들림이 컸던 만큼,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사는 60대 여성은 집 계단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옷장이 넘어져 다치거나 유리가 깨져 파편에 맞는 경우도 있었으며 침대에서 떨어져 어깨를 다친 주민도 있었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대표적인 백화점 브랜드 중 하나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14일 미야기현 센다이 미쓰코시의 영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통업체 이온도 후쿠시마현 내 일부 마트의 일시 휴업을 결정했다. 이번 지진으로 도호쿠 지역 화력발전소 13기의 가동도 중단됐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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