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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보복성 정치공세와 손학규

등록 2010-10-25 15:12수정 2010-10-25 15:22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스산한 날씨입니다. 싸늘한 건 가을바람만이 아닙니다. 아마 요즘 여의도 정치권도 사정 한파에 스산함을 뼈속 깊이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한화, 태광에 C&까지 여러 개 태풍의 눈이 곳곳에서 형성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중 이번주에 가장 눈여겨봐야할 건 C& 수사인 거 같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년여만에 재개한 수사라는 점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배경과 앞길이 묘하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치 조간과 석간신문엔 C& 수사와 관련한 여러 기사가 1면을 장식했습니다. C&이 과거 정권의 소장파 핵심 의원들에게 법인카드를 나눠주는 식으로 로비했다는 기사에서부터, C&이 정.관.금융계 인사들을 대거 임원으로 영입해 로비에 활용했으리라는 기사 등 다양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런 보도의 사실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C& 수사가 과거 정권, 즉 김대중·노무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검찰 수사는 시작인데, 정부여당 인사들은 공공연히 ‘C& 수사는 구 여권을 겨냥한 것’이란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손보기 위해 하는 수사는 없기 때문에 (야권도) 염려할 것이 없다”면서도 “지금 야당에서 문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집권 시절의 문제일 것이고, 정확히는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수사과정에서 파생적으로 정치인 비리가 나온다면, 그것을 버려두면 직무유기”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인 수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얘깁니다.

대검 중수부가 이미 죽은 상태의 호남 기업인 C&을 첫 수사대상으로 고를 때부터 이런저런 추측이 있었는데, 그런 추측이 허튼 게 아니라는 걸 여권 인사들이 확인해주는 격입니다. 이 사건 수사를 특히 주목해야 하는 건, 수사결과 어떤 정치인이 걸려드느냐 하는 점 뿐 아니라 이게 곧바로 격렬한 정치 공방을 불러일으킬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사찰 사건 당시, 관련 공무원 수첩에서 ‘BH(Blue House, 청와대를 지칭) 지시사항’이란 문구를 발견했는데도 이에 대한 수사를 방기한 검찰이 과거 정권에 대해서만 큰칼을 휘두른다면 납득할 국민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검찰이 ‘죽은 권력만 쫓는 하이에나’란 비판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태도도 관심거리입니다. 요즘 그의 지지율은 치솟고 있습니다. 민주당내 일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행보를 하는 탓이 클 겁니다. C& 수사는 한나라당에서 온 손 대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 정권 핵심 인사들의 관련성이 드러난다면, 손 대표로서도 나 몰라라 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이런 류의 정치인 비리사건은 양날의 칼입니다. 우선, 비리 자체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보복적 성격이란 게 뻔하게 보이는데, 무작정 ‘비리를 털어내자’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국민 여론 역시 어느 쪽으로 흐를지 모릅니다. 당내에 뿌리를 내려야 하고 동시에 국민 지지율도 끌어올려야 하는 손 대표에겐 아주 어려운 선택의 길이 놓여 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검찰이 무슨 생각으로 수사에 손댔는지는 (그 속에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그 정치적 파장만은 매우 복잡하고 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만큼 럭비공처럼 튀는 분야도 드뭅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정치적 사건이 원래 생각했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문 거 같습니다. 그러기에 더 흥미진진할 수 있습니다.

박찬수 편집국 부국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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