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1979년 중국의 덩샤오핑이 워싱턴을 방문해 지미 카터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중요한 회담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미국은 중국과 큰 틀에서 협력하면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약진을 보장했습니다. 그 사이에 중국은 경제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고, 군사력에서도 미국의 단일 헤게모니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다면 이젠 미국과 중국 2개의 초강대국이 존재하고, 이 둘이 앞으로 협력할 건지 아니면 대립할 건지 이번 정상회담에서 엿볼 수 있기에 전세계가 이 회담을 주목합니다.
한반도 정세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합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군사긴장 완화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한-미 동맹만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백악관은 북핵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이미 밝혔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오늘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은 한반도 핵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 주석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지지한다. 관련국들이 서로 존중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참여해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을 이행한다면, 한반도 핵 문제를 풀 적절한 해법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기본 입장이긴 하지만, 역사적 방미를 앞두고 후 주석이 직접 언급했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지난해 말 만났던 정부의 한 고위 외교당국자는 올해 한반도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로 ‘미-중 정상회담’을 꼽았습니다. 정상회담이란 게 외교적, 실무적인 사전 조율을 미리 거치고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윈-윈’ 형식으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미래의 중요한 기류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표출이 됩니다. 한국 시각으로 19일 자정쯤 시작될 두 거인의 회담, 한파에 시달리는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될지 한번 지켜봅시다. 물론 더 중요한 건 남북한 스스로의 노력이지만요.
박찬수 <한겨레> 편집국 부국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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