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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후보 정책·자질 검증 기회 실종
군소후보토론 별도로 보장하고 있어 지난 4일, 제1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덕분에 속칭 ‘이정희 방지법’ 논란이 뜨겁다. 국회의원 5명 이상을 보유한 정당의 후보자에게 토론회에 참여할 자격을 준 공직선거법 제82조 2항에 따라 지지율 0.7%대의 이정희 후보가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잃을 게 없다”는 그의 직설적 화법과 화려한 언변이 토론회를 재미있는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 후보의 막말과 독설에 속이 시원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토론의 질과 밀도를 떨어뜨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주요 후보들의 정책이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빼앗아 버렸다. 수준 높은 토론이 가능하도록 참가 자격을 국회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의 후보자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15% 이상의 유력 후보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에 대한 엄격한 규칙의 적용과 함께 토론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계적 형평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역동적인 반론과 재반론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 번의 토론회에서 주요 정책이슈를 모두 다루어야 하고, 3인 이상의 후보가 참여한다면 후보자들의 발언시간과 횟수 등을 제한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만일 이번처럼 잃을 것이 없다는 후보가 작심하고 토론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토론회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바람직한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토론회만 가지고 이 문제를 개선하려 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알권리가 크게 제한된 것은 사실 후보 등록 때까지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바가 크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의 확정이나 후보 등록 등 전반적인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유독 대통령 후보 토론회의 참여 자격만 완화되어 있는데, 이를 국회교섭단체의 구성이나 평균 여론 지지도 15% 이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후보로 인해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의 입장을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토론회 참여자격 기준을 높이는 것이 군소후보의 의견 발표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도 군소후보들에게 별도의 토론회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주요 후보 간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주어진 주제에 대한 자유토론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토론회를 통해 모든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대통령으로서의 윤리와 리더십, 국가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집중 토론하는 것이 국민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유력한 후보의 리더십과 소통능력, 정책과 비전 등을 이미지와 함께 전달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토론회에서 작은 말재주로 국민을 현혹하거나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후보를 선택한다면, 그 수준에 부합하는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결국 그런 선택을 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국민 알 권리와 공평성 해치는 처사 지지율 낮은 후보들이라도
정견 알릴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12월4일과 10일 두 차례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실시됐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처음으로 실시되어서인지 4일 벌어진 첫 토론의 시청률은 34.9%로 2002년 대선 때보다 높았으며, 10일 열린 제2차 토론에서는 34.7%로 0.2%포인트 낮아졌지만 높은 시청률이었다. 이와 같이 높은 시청률은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려는 국민들의 성숙된 정치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을 시청한 국민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토론 진행방식이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기에 부적합하였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후보들의 정책 내용과 실현 방법에 대한 검증보다는 후보 개인의 과거사나 전 정부나 현 정부의 실정 파헤치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되어 일부 국민과 새누리당, 거대 보수언론은 그 이유를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서 찾고 있다. 즉 당선 가능성이 전무한 대통령 후보가 나와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의 정책검증 시간을 빼앗으며 토론회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강력히 피력한 새누리당의 황영철 의원은 1차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뒤 토론회에서 군소후보를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의 참가 자격을 ‘국회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후보자’ 또는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지지율이 15% 이상인 후보자’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97년 처음으로 도입된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의 중요한 입법 취지 중 하나인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운동의 공평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정치쇄신의 방향과 역행하는 것이다.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정치쇄신은 특정 집단과 세력에게 독점되어 있던 권력 접근성과 기회를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를 제외하고 유력한 후보만의 텔레비전 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이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도록 토론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만의 텔레비전 토론은 기득권을 해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기득권과 기존 정치세력의 권력독점성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토론의 참여 제한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를 정치적으로 대표하고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성이 확장되기보다는 축소되는 문제점을 갖는다. 오히려 당선 가능성이 없는 대통령 후보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정견과 정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받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텔레비전 토론 참여 보장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표출하고 정치의제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민주성의 확장에도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이다. 따라서 텔레비전 토론은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만의 경쟁의 장이 아닌 군소정당 및 경쟁력이 낮은 후보들도 참여하여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정치쇄신의 또다른 출발일 것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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