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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평의 노태우 국가보존묘지 지정, 문제없나? [왜냐면]

등록 2022-06-20 15:21수정 2022-06-21 15:18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동화경모공원 ‘노태우 묘역’ 내 노태우 묘. 노태우 묘는 장례식 때 8.3㎡이었지만 장례 후 유족들 요청으로 1810㎡의 매우 넓은 국가보존묘지로 바뀌었다. 사진 이병호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동화경모공원 ‘노태우 묘역’ 내 노태우 묘. 노태우 묘는 장례식 때 8.3㎡이었지만 장례 후 유족들 요청으로 1810㎡의 매우 넓은 국가보존묘지로 바뀌었다. 사진 이병호

이병호ㅣ남북교육연구소장·한국통일교육학회 부회장

필자는 ‘노태우 묘, 국유림 용도변경 안된다’(<한겨레> 2021년 11월16일치)라는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노태우의 장례가 끝난 지 반년이 넘은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파주평화아카데미 기획회의를 마치고 새로 조성한 노태우 묘를 직접 보기 위해 인근 동화경모공원을 찾았다.

빗속이었지만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묘역’이란 안내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서 의구심이 일었다. ‘안내판에 묘지 대신 묘역이란 용어를 쓴 이유가 뭘까?’

지난 장례식 때 유족 대표 노재헌 변호사는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순리에 따르기 위해, 그동안 일관되게 최소 규모인 8.3㎡의 묘를 포함한 부지를 장례위원회에 청원한 바 있다. 또 봉분 없이 평평한 형태의 묘를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에 초호화 묘 조성을 우려했던 많은 국민이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장례 이후 묘지와 관련한 특별한 뉴스는 없었고, 대부분 국민은 현재도 노태우 묘는 8.3㎡ 규모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유족 대표는 장례 뒤 보건복지부에 노태우 묘를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고, 보건복지부는 현장조사를 거쳐 노태우 묘를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유족들 요청에 따라 8.3㎡가 아닌 1810㎡(약 550평)가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역사적 보존가치가 인정돼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되면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분묘 면적 규제(분묘 1기와 시설물 설치구역 면적 10㎡ 이내)를 받지 않는다. 분묘 설치기간(30년) 제한에서도 자유롭다. 결국 노태우 묘 점유면적과 분묘 설치기간은 유족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장례식 때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순리에 따르기 위해”서라며 “최소 규모인 8.3㎡의 묘”를 강조했던 유족들의 발표와도 동떨어진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1810㎡는 일반인 최소 181위가 안장될 수 있는 면적으로, 국립현충원에서 가장 큰 박정희 내외 묘소(580㎡)보다 3배 이상 넓다. 국가 내란 및 반란죄 등으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인물이 국가장을 치렀다는 이유로 죽어서도 이렇게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게 정당한가. 정부와 국회, 파주시와 이북5도민회 등은 노태우 묘역을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한 절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묘역이란 용어는 타당한지, 향후 묘역은 어떻게 조성·관리할지 면밀한 검토와 연구에 나서야 한다.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에 히틀러 생가가 있다. 신나치주의자들이 이곳을 자주 방문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몇년 전부터 철거 또는 경찰서로 용도변경하는 계획을 세웠고 ‘평화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파시즘은 없어야 하며 수백만의 죽음이 경고한다’ 내용이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을 설치했다.

노태우가 남북관계와 북방외교의 공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12·12 군사반란으로 전두환의 5공화국을 탄생하게 만든 장본인이란 점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550평 노태우 국가보존묘지 지정, 정말 문제없냐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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