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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새 정부 100일 이후, ‘긍정의 상징’ 만들기가 시급하다

등록 2022-08-22 18:10수정 2022-08-23 02:3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냐면] 윤재관 |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모든 대통령은 상징이 있다. 대통령은 그 상징으로 국민 기억 속에 남아 끊임없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상징은 대개 두 기둥으로 만들어진다. 정책과 언행이다. 정책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실력을 보여주고, 언행으로 주권자 국민과의 공감능력을 검증받는다. 정책과 언행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은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는다.

대공황의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취임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1933~1945 재임)의 ‘뉴딜정책’과 ‘노변정담’은 모두 대통령 취임 100일 안에 시작됐다. 취임 일주일 뒤인 1933년 3월12일부터 ‘노변정담’(fireside chat)을 시작해 1944년까지 총 30회에 걸쳐 나라와 국민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구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국민은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새 대통령의 위기 구출 방안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고, 뉴딜정책이라는 생경한 도전에 기꺼이 함께했다. ‘뉴딜정책’과 ‘노변정담’이 지금까지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상징으로 각인된 이유는 집권 초기부터 뉴딜정책으로 실력을, 노변정담으로 공감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100일을 ‘뉴딜정책의 출발에 헌신한 100일’로 자평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 치매국가책임제, ‘문재인 케어’도 취임 100일 안에 시작했다. 국민청원은 소통 의지를 보여줬고, 무릎을 굽혀 초등학생과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초 금융실명제 실시를 전격 선언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취임 100일까지는 그 정부의 상징을 만들기 가장 좋은 시기다. 지난 100일간 구축한 윤석열 대통령의 상징은 무엇일까? 만 5살 취학 혼선, 청년 채무조정 대책 발표, 미숙한 수해 대응 등에서 정부의 실력이 의심받았다. 공공부문 감축, 대기업 감세 등 너무나 익숙한 정책만 다시 꺼내 내놓을 뿐 민생위기 상황에 걸맞은 과감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분명 위기인데 정부 대응은 평시 같았다는 평가다. 사적 채용, 정제되지 않은 발언 등 태도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도어스테핑 정도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부정적 상징이 많았다는 것은 취임 초 낮은 대통령 지지율로 증명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비판받는 건 너무도 쉽지만, 박수받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필자도 국정에 참여했을 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돌아보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과감한 시도와 정책들로 긍정의 상징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작은 일일지언정 매 순간 절박하게 일해야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반드시 전진시키라는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긍정의 상징으로 화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국정지지율을 얻은 국내외 대통령의 사례를 분석해 교훈을 구하고, 대표 브랜드가 될 만한 굵직하고 과감한 민생정책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야 한다. 또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낯설고 부정했던 방향이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태세를 전환할 용기를 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정적 상징이 압도하는 현 상황을 최대한 빨리 타개해야 한다. 혹여 사정을 통해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이는 위기의 이유를 잘못 진단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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