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된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냐면] 권동규 | 서강대 글로벌한국학과 석사과정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104번째 3·1절을 맞이한 지 어느덧 열흘이 더 지났습니다. 3·1절 당일 대통령께서 그러하신 것 같이, 저 역시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치기까지 주저하지 않으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을 다해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념사를 통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3·1만세운동은 “국민이 주인 되는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향한 우리 조상들의 염원이 담긴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 감히 한 가지 보태어 강조하고자 합니다. 주인 되는 국민이란 바로 대한의 국민을 가리킨다는, 분명할 뿐 아니라 모두 알고 계실 사실을 말입니다.
아, 이 “역사적인 날”로부터 104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저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 과거를 되돌아보다가 국권 상실의 고통이 어째서인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커감을 느낍니다. 대통령께서 준엄하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앞에는 “우리 사회의 분절과 양극화, 북핵 위협을 비롯한 안보 상황, 그리고 세계에 걸쳐 타개해 나가야 할 위기”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기민하게 세계사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까지 위기를 헤쳐 나아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불행이 정녕 ‘과거’의 불행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역사의 상처가 아물지 못하도록 누군가 자꾸만 덧내기라도 하는 듯 현재의 제게 아픔을 계속 전해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땅히 저 자신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을 압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 선열들 앞에서 제가 아픔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슬픔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없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부끄러운 중에 저는 이 아픔이 무엇 때문인지 깨닫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오늘날 우리는 “경제,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룩한 지금의 ‘번영’과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데에 그 중요성이란 더 커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는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났어도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자였다는 사실은 아주 분명합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일 년에 두 번, 3·1절과 광복절을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하는 것이 바로 이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중요한 날마저도 일본 제국주의 앞에 저항하고 나라를 되찾은 우리 민족의 특수한 가치를 외면한 채 오늘날의 보편적 가치만을 앞세운다면 이미 역사를 잊음과 같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우리 선열들의 그 정신과 결코” 같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렇습니다. 저는 이처럼 순국선열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진 못할망정 이를 업신여기는 자들의 언행에 깊이 아픔을 느낍니다. 저는 부족하나마 이들에게 동의하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대한민국에 무궁한 영광이 함께하기를, 우리 국민의 긍지가 지켜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