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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적 피해배상 소송…오월 가족에 또 하나의 상처 되나

등록 2023-05-17 18:42수정 2023-05-18 02:06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추모식 참석을 마친 유가족들이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추모식 참석을 마친 유가족들이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지현 | 5·18 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 시인, 연극인

1980년 5월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한편으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43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희생자가 양산됐다. 그러나 아직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정호용 등 학살 관련자들은 전혀 사과나 뉘우침 없이 침묵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5·18 두 공법단체가 특전사 간부들과의 ‘대국민 공동선언’을 추진한 바람에 광주는 다시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또다시 맞은 2023년 5월, 이번엔 ‘5·18 정신적 피해배상 소송 건’으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슬픔의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광주 문제 해결을 위한 5대 원칙을 다음과 같이 마련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 회복 △국가 배상(보상) △기념 사업. 그러나 노태우 정권은 치부를 은폐하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미룬 채, 졸속으로 보상을 강행했다. 1차 보상 때는 대상 기간을 1980년 5월18~27일로 국한했다. 그 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중 내란음모 사건, 민주화 투쟁 관련자 등으로 보상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육체적 보상’에 그쳤고 치료비와 생계유지비 정도를 포함했을 뿐이다. 우리의 뜻과는 달리 정치권에 의해 결정됐다. 그래서 2018년 나일성 회원 등이 ‘정신적 피해배상 소송’을 하게 됐고 5년 만에 승소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2018년 8월30일 옛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이어 2021년 5월27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과거 관련 법령에 의해 피해 보상을 받았어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선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덕분에 원하는 사람은 소송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2021년 말부터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개별적으로 ‘5·18 정신적 피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장해 2등급인 필자도 소송을 제기했다. 연행 및 감시, 수배, 강제납치, 두 번의 구속,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안고 5·18 유가족과 결혼한 여동생은 1983년 ‘묘지 이장 음모 사건’ 때문에 자살하는 등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그래서 4억 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장해 2등급은 일률적으로 9천만 원 배상판결이 났다. 또 여고생 때 공수부대에 성폭행당한 ㄱ씨는 2억원을 주장했으나, 13등급이라서 1심에서 1천만 원의 배상판결이 났다. 14등급인 경우엔 500만 원이었다. 1등급 오를 때마다 500만 원 안팎으로 올려준 듯 싶다. 5월 단체의 회장으로서 실태조사를 했기에 안다.

이 결과에 수긍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대부분 화병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우울증에 시달리며 약과 병원에 의지하고 있다. 파탄 난 가정이 많고 자살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5·18 유공자는 일반인들보다 자살률이 50배 높다는 통계가 있다. 수십 년 동안 폭도와 빨갱이로 매도됐고, 취직은커녕 사회로부터 격리됐으며, 지인들에게까지 왕따를 당했다. 42년 동안 겪었을 관련자들의 애환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를 위해 피땀을 쏟은 정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살아남은 죄인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절대로 돈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5·18 유공자라는 자긍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요즘 핫 이슈가 돼버린, 1943년에 징용이란 미명으로 끌려가신 아버님과 조선 근로정신대의 양금덕 할머니가 떠오른다. 전범국인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대변하며 굴욕외교로 민족의 자존심까지 팽개친 윤석열 정부. 일본에는 천사처럼 너그러우면서도 왜 대한민국 국민은 이방인보다 홀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양금덕 할머니처럼 “거지 같은 돈 안 받는다”고 거절할 용기마저 없으니 비참하다.

1980년 이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다. 추모제마저 지내지 못했고 짐승처럼 끌려가서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당국은 미안하다는 사과마저 없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다. 늦었지만 정부와 국회가 나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전체에게 정신적 배상토록 법을 추진하기 바라며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14등급 기준을 3천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회원 개개인의 차별성을 고려하고 △수배, 연행, 구금자, 성폭력 피해자와 가정파탄자에 대해 배려하고 △42년 동안 흘렸던 피땀과 눈물의 가치를 합산해줘야 한다. 사법부는 5월의 특수성과 일반사건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길 간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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