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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로사 가스전’ CCS기술로 에너지안보·탄소중립 기여

등록 2023-05-22 18:45수정 2023-05-23 09:43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왜냐면]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3월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8차 총회는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보고서에는 ‘인류가 내놓은 탄소중립 대책’과 ‘지구온난화를 1.5℃로 낮추는 경로’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탄소 줄이는 노력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적 이유다. 또 하나 주목할 내용은 장기적 리스크 대응과 단기적 기후변화 대응 모두에 있어서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당장 중단할 수 없는 만큼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탄소포집·저장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탄소중립은 기술적·과학적인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우리의 숙제는 이를 한국적 상황에 잘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 화석연료가 전무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를 중시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급률이 11%에 그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을 충분하게 공급하려면 국토가 넓어야 하고, 일조량과 풍력의 속도 등이 중요한데 우리는 그런 환경마저 부족하다. 태양광 평균 발전시간은 하루 약 3.5시간에 불과하고 풍속이 일정하게 잘 부는 지역도 흔치 않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에서는 간헐성에 대비할 수단도 동시에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화석연료 가운데 비교적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발전소가 대체 발전원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호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와 비교도 안 되게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호주는 재생에너지도 대폭 늘리지만 천연가스 생산도 줄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국가 역시 호주다. 국내 민간 기업들도 호주에서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해 폐가스전에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부터 약 20년 동안 연간 130만t을 안정적으로 국내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소비량의 약 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해외 가스전 개발사업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대처하기 어려운 한국의 입장에서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도 담보해 준다. 특히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한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은, 해외 자원개발이 한동안 외면받던 때에도 국내 민간기업이 리스크를 감내하며 저탄소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물이라 더 의미가 있다.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호주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반대와 일부 원주민들과의 소송에 직면해 있어 일각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한겨레> 4월20일치 25면)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호주 정부를 직접 설득하고 지역 원주민과의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이지 사업을 무작정 접어야 할 사안은 아니다. 국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에 동시에 기여하는 기술적 방안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가스전 확보를 소송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 내용을 봐도 비과학적 행위이며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법률적 훼방일 뿐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인류의 중요한 의제며 동참해야 할 중요한 목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떤 기술을 활용하느냐는 것은 결국 과학에 기초한 가치 중립적 판단을 근거로 해야 한다. 이념에만 치우친, 대안 없는 비판은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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