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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시론] 이제는 할머니들을 쉬시게 하자 / 김창록

등록 2011-12-12 19:33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시아 여성기금’ 방식의
이른바 ‘인도적’인 조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본 국회가 배상입법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12월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개최하고 있는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는 날이다. 1992년 1월8일에 첫 집회가 시작된 지 7281일째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할머니들은 아물지 않는 생채기를 거듭거듭 다시 헤집어야 했다. 그 극한의 아픔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되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한·일 두 나라의 정부이다. 그런데 두 쪽 모두 오랫동안 문제를 외면해왔다. 한국 정부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1990년대 이후 지원법도 만들고 국제무대에서 해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았다. 특히 현재의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8월30일에는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그 직후부터 일본 정부에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하자는 구상서를 보내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1965년의 ‘청구권협정’이다. ‘청구권협정’ 제2조에 의해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고,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모두 끝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청구권은 존재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 정부 및 국민에 대한 자신들의 청구권을 일본 정부가 소멸시켰으니 일본 정부가 대신 보상하라는 일본 국민의 청구를 배척하기 위해 만든 논리이지만, 어쨌든 1965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주장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주장은 이렇게 된다.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의 청구권은 존재하지만, 청구권협정에 의해 할머니들의 청구권은 모두 끝난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협정에 의해 정반대의 두 가지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니 명백한 논리파탄이다. 게다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회담 과정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것은 ‘청구권협정’이 애당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지배에 따른 문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일 회담은 식민지 지배 책임을 일체 문제 삼지 않았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전제로 진행된 것이다. 그래서 1965년의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이 “일제의 36년간 식민지적 통치의 대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본 정부는 아예 잘했으면 잘했지 잘못한 것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다. 식민지 지배가 책임질 일이라고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에 이르러서였다.

요컨대 논리적으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된 적이 없다. 할머니들의 권리는 소멸되지 않았고, 따라서 일본 정부의 의무는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의 관료들이 언뜻언뜻 내비치고 있는 ‘아시아 여성기금’ 방식의 이른바 ‘인도적’인 조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것으로서 할머니들에 의해 이미 단호하게 거부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법적인 배상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본국헌법’에 의해 “국권의 최고기관”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는 일본 국회가 배상입법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우격다짐하는 상대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잘못된 과거를 덮어두고 올바른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 수요집회에 서셨던 많은 할머니들이 지금은 이 세상 분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할머니들을 비바람과 혹서와 혹한이 몰아치는 거리로 내모는 잘못은 그만두어야 한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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