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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세월호의 악마들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 강정민

등록 2014-05-08 19:10수정 2014-05-08 19:13

지난달 21일 세월호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를 접견했다. 왜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왜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는지, 구조작업은 왜 이리 더딘지 모든 것이 의문일 때였다. 언론은 온갖 음모설과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었고 혼란스러운 국민들은 진실에 목말라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접견을 통해 상당히 많은 의문이 해소되었고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언론에 소개된 많은 내용들은 진실이 아니었고 국민들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었다.

이에 수사기관의 수사활동과 피의자들의 방어활동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실왜곡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실들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내가 피의자들을 접견하고 일부 사실들을 공개한 것은 국가적 혼란을 막고 상황이 빨리 수습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중의 하나가 세월호의 악마들을 변론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었다. 사무실로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세월호 선원들이 결정적 순간에 자신들의 안위를 도모하고 승객들을 방치함으로써 수많은 생명 피해를 야기한 것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응분의 처벌이다.

대한민국 형사법은 ‘죄형법정주의’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고, 우리는 입버릇처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이것은 세월호 선원들에게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참사를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들을 제물로 삼았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민국 국민 누구 하나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고백이다. 우리 모두 잘못을 보고도 침묵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접견한 이후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 있다. 이들도 부모 형제 그리고 자식이 있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과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것이다.

강정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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