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에 교사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라는 교육부 공문이 학교 현장에 내려왔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로 내려보낸 ‘집회 관련 복무관리 철저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확인됐다. 공문은 “최근 세월호 사고로 인하여 전 국민적 추모 분위기 속에 공무원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므로 각급 기관(학교)장께서는 소속 공무원들의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라며, 관할기관(학교)에 전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시하였다.
나는 이 공문을 직접 보고 소름이 돋았다. 이웃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우리 민족의 전통이요 미풍양속이다. 교육부에 묻는다. 교사는 동료의 죽음을 외면해야 한다는 복무규정이라도 있는가? 교사는 제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에 사고를 당해 희생된 동료 교사와 제자들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까지 볼온시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최소한의 상식과 기본적 예의를 갖추는 것조차 교사들에게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교사들은 정녕 패륜집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교사들을 패륜집단으로 만들려는 당신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온전한 정신을 가진 국민이라면 함께 슬퍼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되새겨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교사들은 슬픔과 미안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이제는 슬픔과 미안함을 넘어 분노까지.
“여러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의 선내 방송을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의 다음 수순이 고등학생들이 애도감정을 표현하는 촛불집회를 일부 불손한 교사들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일이라는 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팽목항을 가보시라. 장례식장을, 단원고 노제 현장을 가보시라.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 곁을 지키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분들은 연구년 교사들이다. 제자들의 마지막 길을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장례식장과 노제 현장을 지키는 분들은 교감 선생님들과 교사들이다. 울산에서 부산에서 천리 길 마다하고 단숨에 장례식장으로 달려오신 분들도 교사들이다.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희생자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교사들 잡도리한다고 당신들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 교육부여! 제발 가만히 있으시라. 당신들의 입놀림과 손놀림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시라. 진정성을 가지고 희생자 가족 앞에, 아니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우선이다.
조성범 경기 수리고 교사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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