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세월호와 아현포차 / 조영권

등록 2016-08-22 18:01수정 2016-08-22 18:55

조영권
정의당 서울 마포구위원장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아프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고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은 영원하다. 지난 17일 또다시 시작된 단식. 아픔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곪아 터진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단식을 시작한 이튿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 6곳이 폭력적으로 철거됐다. 사람들은 이곳을 ‘아현포차’라고 불렀다. 수십년간 장사해온 이들에게 불법 딱지가 붙기 시작한 건 이곳이 지역구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거를 공약하면서부터다. 지역사회는 일방적인 철거가 아니라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며 상생안을 제안했지만, 마포구청은 딱 잘라 거절했다.

100여명의 용역과 포클레인을 동원해 아현포차를 무너뜨린 다음날, 노 의원이 입을 열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면담도 거부한 채 한마디 없던 그였다. 노 의원은 “학생들의 통행권·교육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해명했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포차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월호를 언급했다.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부각된 맥락에서 오랫동안 문제제기된 아현포차 문제가 다시 논의된 것이다”라고.

세월호라니! 우리가 같이 아파해온 그 세월호를 말하는 것인가.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국민의 생존을 외면한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세월호의 뼈저린 교훈이다. 그럼에도 노 의원은 수십년 삶의 터전을 짓밟은 폭력 철거의 정당성을 도리어 세월호에서 찾고 있다. 지독한 견강부회다.

세월호가 일깨운 안전의 문제는 다름 아닌 ‘안전한 관계’의 문제다. 안전한 사회는 모든 위험이 제거된 사회가 아니라 위험에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아이들을 핑계로 포차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정작 위험한 건 어른들의 욕망이다. 아이들을 남다르게 키우고 싶은 욕망, 명품 주거 환경에 대한 욕망, 영혼까지도 팔아넘길 권력을 향한 욕망까지.

결국 아현포차가 철거됨으로써 우리는 더 위험해졌다. 일방적인 이기주의는 너와 나를 갈랐고, 나이 든 포차 이모들의 절규를 패대기친 용역들은 세상을 더욱 멸시하게 되었고, 국민은 언제라도 국가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포차가 없어진 곳에 촛불이 등장했다. 아직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 세월호도 그렇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