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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타다 갈등’ 법원 아닌 국회가 해결해야 / 박용훈

등록 2020-02-26 18:25수정 2020-02-27 02:37

박용훈 ㅣ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갈등을 지속해온 ‘타다’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타다 서비스에 대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고발 사건에 대해 피고인 쏘카 이재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소식을 들은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하며 총궐기를 예고하는 등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어찌 보면 양자의 갈등은 전환기의 산업 재편에 따라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이해 상충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사법적 판단에만 의지하게 되면 잘잘못을 가릴 순 있어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을 하려면 궁극적으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엄밀히 말해 타다가 돌풍을 일으키게 된 1차적 원인은 분명 택시업계가 제공했다. 타다 서비스는 세상 변화에 둔감해서 변화를 게을리해온 택시업계의 허점을 이용해 고객의 선택을 얻어낸 사업이다. 현행법을 준수했다고 주장하지만 최소한 ‘불법을 피한 편법’이란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교통서비스를 개선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4차산업으로 포장해 대표적 혁신 사례로 내세우기엔 낯간지러운 면도 있다. 소위 혁신 리더라고 자부하는 경영자들이 신사업을 펼칠 때는 최소한 사회적 책임의식은 가져야 하고 예상되는 갈등을 최소화할 대책도 사전에 강구했어야 옳다.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 사회는 지난 몇 년간 택시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교통서비스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 네 분이 분신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더 이상의 불상사가 나오기 전에 소통의 장을 마련한 일이다. 지난해 정부, 전문가, 관련 업계가 모여 상생 방안을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개정안은 지난 연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서 현재 법사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 개정법안에 대해 타다는 사업 허용 범위가 축소됨으로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새로운 문이 열려 그 제도를 통해 같은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있긴 하지만 서비스는 지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사업 자체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보단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상생의 대안을 마련해서 합리적인 설득에 나서는 게 옳다고 본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현재의 시장 진입 방식이 가진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조항과 최소한의 관리 요건을 담고 있다. 미국이 교통네크워크회사(Transport Network Company) 제도를 만들어 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도화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법안의 내용이 탐탁지 않다면 법안의 골격이 유지되는 선에서 일부 수정도 가능할 것이다. 타다를 제도권으로 수용하되 현재의 서비스 방식을 최대한 유지해주기 위해 렌터카를 활용한 사업을 법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은 타다와 택시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택시업계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고, 타다도 일방적인 택시 편들기라고 냉소적인 반응만 보일 게 아니라 제도 틀 내로 들어와 사업을 하겠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대안에 동의할 필요가 있다.

택시와 플랫폼 업계 간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진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도 커져만 간다. 이제는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를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타다와 같은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는 문은 열어주면서 갈등 해소의 실마리도 담고 있는 만큼 국회는 개정안의 입법 처리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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