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ㅣ 서울 경동고등학교 교사
제주도에 한 건설사가 대형 동물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쓴 은종복씨의 <한겨레> 투고(
6월9일치 25면 ‘왜냐면’)를 읽었다.
동물원의 호랑이나 사자, 코끼리나 코뿔소 등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고 따위에 관심 있는 평범한 어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왜 동물원을 지으려 할까? 어린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연 학습으로 이끌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구경하는 어른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장사꾼의 속셈일까? 답은 후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굳이 육지에서 동물들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제주도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서울의 어린이대공원, 과천의 서울대공원(이것도 명칭을 과천대공원으로 바꿔야 한다)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을 텐데.
왜 거기만 가서 봐야 하느냐고? 제주도에도 하나쯤 있으면 어떠냐고?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관광지이므로 동물원이 있으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겠냐고?
이런 논리는 모두 상업적 자본가의 이익 논리일 뿐,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생각이다. 제주는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해서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아야 할 우리의 소중한 땅이다. 자본의 논리로 장사가 되는, 이익을 창출하는 논리로만 보는 제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는 이미 중국 같은 외국계 자본이 너무도 깊숙이 자리하여 많은 알짜배기 땅을 넘겨준 상황이다.
나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제주로 수학여행(교육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갈 때마다 많은 회의가 생기곤 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수많은 이름의 민간박물관 때문이었다. 종류도 다양하고, 화려한 외관으로 장식하여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활용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학생들이 찾아가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 상세한 내역을 알 수 없었으나 설립 당시 자본의 논리가 깊이 개입되어 문을 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의 경영 상태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많은 곳이 존폐의 기로에 있을 것이다.
제주는 하와이나 홍콩과는 또 다른 이름의 관광지여야 한다. 자연사박물관과 식물원 등이 제주의 특색을 잘 살려내도록 더 잘 가꾸어야 할 생태계의 보고여야 한다. 무참히 잘려나간 비자림의 상처가 안타깝고, 제2공항이 들어서서 많은 사람들이 항공기의 소음과 인파 속에 흥청거릴 상업자본의 물결에 지나치게 휩쓸릴 것을 생각하니 제주를 사랑하는 교사로서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거기에다가 대형 시설물로서 동물원마저 들어선다면 제주는 거대한 놀이터로 변모하여 유네스코 3관왕(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지역이며, 세계 7대 자연경관 지역으로 지정되었다고 자랑할 만한 여지가 얼마나 더 남아 있게 될지 두렵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많은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