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뚜 ㅣ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운영위원장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25년 이상 거주 중인 미얀마 이주민 소모뚜입니다. 저는 난민 인정자로 현재 인천 부평역 근처에서 가게를 하면서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적, 인종 차별하지 않고 전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한국인과 함께 이주민들도 다 같이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문화 사회라고 하면서 한국 정부는 그 구성원인 이주민들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 때문인가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 최하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농어업 등 일부 경제영역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되기가 힘듭니다. 납세 여부 때문인가요? 이주민들은 소득세, 지방세, 주민세 등을 납부하고 있고, 경제활동을 하며 각종 간접세를 내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낸 세금은 2018년도에 1조1651억원입니다. 경제기여 효과는 2018년 86.7조원에 이릅니다. 반면 슬픈 얘기지만 지난해 이주민들이 못 받은 체불임금 총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피해 정도를 보면 이주민들도 재난 상황에서 실직, 해고, 임금 차별, 사회적 관계의 축소, 의료기관 접근성 약화 등을 동일하게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난민 인정자, 외국국적 동포, 이주노동자 등은 모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서 10년, 20년 동안 한국에서 체류해온 사람들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면 한국인의 핏줄과 연관이 있어야 하나요? 투표권이 있어야 하나요?
그게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 다인종 사회인지 한국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1997년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위기로 모두가 힘들었을 때 이주민들은 적은 임금으로 야근수당 안 받고 회사를 다시 살리는 것, 그러니까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는 일에 기여했습니다. 2002년도 월드컵 때 자신들이 좋아하는 외국팀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국팀을 응원했습니다. 그때 언론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하나가 되었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플 때나 기쁠 때 늘 곁에 있는 이주민들을 무관심과 차별, 배제로 대할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 못 하게 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도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자유권, 생존권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끄러운 제도들은 빨리 개선돼야 합니다.
난민법 제31조에는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저희 난민 인정자들도 재난지원금을 못 받습니다.
일본은 3개월 이상 등록 이주민들에게 1인당 약 114만원을 지급합니다. 미국은 연소득 7.5만달러 이하인 이민자들에게 1인당 1200달러, 캘리포니아는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1인당 500달러를 지원합니다. 독일, 포르투갈, 캐나다 등도 이주민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국내도 부천시, 안산시 등에선 이주민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이주민들을 배제한 것은 정당한 근거가 없는 ‘차별'이라고 결정하고 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우리 이주민들도 한국 사회가 감염병에서 안전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공적 마스크 구매에서부터 시작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재난지원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자면서 정작 그동안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 경제와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온 이주노동자,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차별 없는 사회입니다. 차별 없고 혐오 없는 연대와 상생의 삶의 방식을 택해야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재난지원 정책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차별을 줄여가겠다는 의지이고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