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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가보훈처 ‘반박’에 재반박…시대변화 담지 못하는 ‘보훈혁신’ / 박덕진

등록 2020-07-20 18:08수정 2020-07-21 02:37

박덕진 ㅣ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국가보훈처 김대원 대변인의 <한겨레> 기고(6월23일치 25면 ‘보훈혁신은 계속되고 있다’)를 읽었다. 김 대변인은 자신의 글이 필자의 이전 기고(6월11일치 21면 ‘보훈혁신안이 보훈처 서랍 속으로 사라진 이유’)에 부치는 글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의 입장은 보훈혁신은 계속되고 있으며, 혁신안이 보훈처 서랍 안으로 들어간 적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요컨대 필자의 글에 대한 반박 해명인 셈이다.

우선 보훈처의 기고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보훈혁신에 관한 공론의 장이 이 일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동시에 지적한다. 보훈처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명’이 아니라 ‘사과’다. 필자가 이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훈처 누리집(홈페이지)을 보자. ‘보훈혁신위원회’와 관련한 공지가 2018년 5월11일 혁신위원회 발족으로 시작되지만 2019년 상반기에 자취를 감춘다. 그나마 있는 것들도 ‘김원봉 서훈’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해명뿐이다. ‘잘못된 관행 개선’과 ‘미래지향적 정책 개발’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발족했던 혁신위원회는 ‘용두사미’의 모습으로 보훈처 누리집에 남아 있다. 2019년 1월에 권고안을 제출하며 그 활동을 종료한 혁신위원회의 활동 백서는 9월에야 발간된다. 하지만 백서 피디에프(PDF) 파일은 보훈처 누리집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백서 발간 사실조차 공지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의 말대로 혁신위원회 권고안이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면, 또 보훈처가 그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하려 노력하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공개 행정의 원칙을 비켜간 업무태만이요, 직무유기이기도 하다. 보훈처의 공개 사과가 필요한 지점이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는 보훈처 해명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밀실행정 구태에서 탈각하는 것, 이것이 보훈혁신의 첫걸음이다. 지금이라도 보훈처는 백서를 보훈처 누리집에 공개하고 그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보고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그것이 혁신안이 보훈처 서랍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울러 보훈처 기고문은 필자가 문제제기를 한 ‘독립운동 보상과 예우의 확대’ 분야의 이행상황을 나열했다. 하지만 백서가 적극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일반 국민이 모르고 있을 뿐, 대부분 이미 ‘백서’를 통해 밝힌 내용의 재탕이었다. 한편 독립운동가 서훈 정책에 있어 기존 공적심사위원회와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필자가 제기한 관건의 문제임에도, 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필자가 보훈처 기고문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지난 기고를 통해 제기한 핵심 문제는 ‘호국’이라는 가치가 ‘독립’과 ‘민주’ ‘사회공헌’ 등의 가치를 수렴하지 못하고 오히려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것이 보훈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권에서 호국보훈단체들이 특정 당파의 득표 수단으로 악용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촛불 정부’ 이후에도 호국 중심 보훈기득권은 여전히 강고하다. 재향군인회 상조회 매각비리 의혹 등 보훈기득권의 행태는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보훈혁신을 좌절시키고 있다.

필자는 생각한다. 차라리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보훈처를 국방부 소속 군사원호청으로 회귀시키는 것이 어떨까. 거기서 ‘호국’의 가치를 선양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독립’과 ‘민주’ ‘사회공헌’ 등의 가치는 행정안전부나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기형적인 가치위계질서가 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한다면, 이런 분리가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는 정부는 존속할 수 없다. 더욱이 이른바 ‘촛불 정부’이다. 보훈행정 책임자들의 각성과 결단을 요구한다. 국민은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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