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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감사원의 편견을 고발한다 / 이도흠

등록 2021-05-05 16:03수정 2021-05-06 02:36

공수처로 이첩된 ‘해직교사 특별채용’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흠ㅣ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감사원이 전교조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했다는 이유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도 자료를 넘겼다. 이로 교육계는 물론, 언론과 정치판이 함께 들끓고 있다.

조 교육감의 말을 빌리면 “특별채용 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동일 요건을 갖춘 다수인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진행하도록 했다”. 수년 전부터 교육단체와 시의회가 교육 양극화와 특권교육 폐지에 공적이 있는 교사들을 특별채용하라고 요청했던 것을 조 교육감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채용 담당자와 부교육감을 업무에서 배제한 채 불공정하고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과거에 해직교사 특채와 관련하여 소송이 진행되고 이로 담당자들이 수사를 받은 전례 때문에 우려와 부담을 표현한 것이고, 이에 조 교육감이 7명의 변호사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아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면서 특별채용제의 방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다. 무엇보다 특별채용은 교육감의 재량권이며, 전임 교육감 재직 시에도 이루어졌던 일이다.

시비를 걸 일조차 아닌데, 민주당 정권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여기에는 보수 관료들의 시대착오적인 네가지 편견이 자리한다. 첫째, 이들은 전교조를 과격한 좌파 교사들의 집단으로 간주한다. 수십조원을 들여 외려 창의력을 억압하고 인성을 파괴하며, 교실을 경쟁과 폭력과 자살 충동의 장으로 바꾸는 곳이 우리 교육 현장이다. 이런 교육에 맞서서 참교육을 실천하자는 곳이 전교조다. 그들 중 대다수가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고, 외우기보다 생각하게 하고, 경쟁하기보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험한 길을 가라고 권한다.

둘째, 이들은 머리로 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며 교사들의 노동조합 결성 자체를 부정한다. 이들은 21세기에도 “마음을 쓰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자는 남의 다스림을 받는다”(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라는 중세의 노동관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은 인간이 자신의 목적대로 도구를 매개로 자연과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실천 행위다. 육체노동자도 머리를 쓰며 일하고, 교사들도 몸을 움직이며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친다. 또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의 맥락에서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와 억압을 당하기에 근대 국가는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한다.

셋째, 이들은 교사들의 정치 행위를 부정한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장(場)이 없기에 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다. 이미 2019년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권고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5조가 아이엘오 111호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넷째, 이들은 해직교사의 복직이나 노조 활동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박근혜 정권이 이를 꼬투리로 삼아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할 때, 대법원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고, 아이엘오는 이를 즉각 중지하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관련 법령을 권고에 따라 수정하라고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오히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이 사회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이번 일에 유대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무고한 한 장교를 간첩으로, 사형으로 몰고 가며 프랑스를 양분하였던 드레퓌스 사건이 겹쳐진다.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실어 이에 맞섰고, 결국 진실은 승리했다. 그중 한 대목으로 마무리한다. “한쪽에는 햇빛이 비치기를 원치 않는 범죄자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햇빛이 비칠 때까지 목숨마저도 바칠 정의의 수호자들이 있다. (…)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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