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홍미정ㅣ단국대 중동학과 교수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 3일 전, 5월7일 유엔 인권사무국은 이스라엘을 향해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동예루살렘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모든 강제축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이며, 국제인도주의법이 적용되는 영토다. 점령세력(이스라엘)은 점령지의 사유재산을 몰수할 수 없다. 점령지로 이스라엘인을 이주시키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축출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이스라엘인들을 이주시키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이후에도, 동예루살렘과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공격과 점령 정책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휴전 시작일인 지난 5월21일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인 20명 이상이, 서안도시 나블루스에서는 120여명이 부상당했다. 5월27일 이스라엘은 서안도시 베들레헴 인근지역에 560채의 유대 정착촌 주택건설을 승인하면서, 유대 정착민들을 점령지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1948년 이주민들이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국가를 수립하면서 원주민 팔레스타인인 75만8천명(70% 이상)을 축출하고, 그들의 땅을 몰수하여 국유지로 만들었다. 현재까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역을 유대화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원주민 팔레스타인인 축출과 땅 몰수 정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의 핵심이다.
1950년 3월 이스라엘 의회는 “부재자의 재산은 점유자에게 귀속되며, 재산 점유자들은 전 재산을 이스라엘 정부에 판다”고 규정한 부재자재산법을 만들어 축출된 팔레스타인인 재산 몰수를 합법화하였다. 현재 이스라엘 영토의 약 80%는 국유지다. 더불어 1950년 7월 “모든 유대인은 새로운 이주자로서 이스라엘로 돌아올 권리를 가지며 완전한 이스라엘 시민권을 받는다”고 규정한 귀환법을 만들어 유대인 이주·정착,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제도화하였다.
나아가 2018년 7월, 기본법(사실상 헌법)인 유대민족국가법 제정으로 팔레스타인 전역에 대한 유대인의 독점권을 제도화하면서, 예루살렘을 포함한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 대한 유대화 정책에 정점을 찍었다. 이 법은 “이스라엘 땅(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은 유대인들의 역사적 고향이다. 이곳에 이스라엘 국가가 건설되었다.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들의 천부적, 종교적, 역사적 자결권을 실행한다. 이스라엘 국가에서 민족자결권을 행사할 권리는 유대인들에게만 있다. 통합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 이스라엘의 공식 언어는 히브리어, 이스라엘은 유대인 이민과 귀환을 위해 개방될 것이며, 유대 정착촌 건설을 민족의 가치로 간주하며, 유대 정착촌 건설과 강화를 고무하고 촉진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결국 이 법은 유대 정착촌 건설과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팔레스타인(동예루살렘, 서안, 가자)과 시리아 지역(골란고원)으로 이스라엘 국가 영역의 확장을 꾀하였다.
2018년 8월, 이 법에 반대하여 북부 갈릴리, 남부 네게브 등 이스라엘 국가 전역에서 텔아비브로 모인 이스라엘 시민권자 팔레스타인인 수만명이 “우리는 이등 시민이 아니다. 유대민족국가법은 인종차별주의를 명문화했다. 오늘날 국가와 국가의 목표를 한 인종 집단의 소유물로 만드는 조항이 있는 헌법은 세상에 없다. 모든 시민들의 평등권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헌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를 구성하는 이스라엘 시민권자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과 공동운명체임을 자각하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난 5월 이스라엘 내부 도시들 및 동예루살렘, 서안 등지에서 ‘알아크사 모스크 수호,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인 축출 중단, 가자 공격 중단’ 등을 위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연대 시위가 조직되었다.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합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