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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종교가 알아 하리라는 착각

등록 2021-06-27 14:26수정 2021-06-28 11:41

[뉴노멀-종교] 구형찬 ㅣ 인지종교학자

공사가 중단되었다. 완공을 앞두고 갑자기 멈춰버린 작업은 아직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구청에 건축허가를 받고 시작한 종교집회장 공사였다.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 350명이 구청에 탄원서를 냈고, 구청은 바로 그날 공사중단을 명령했다. 공사장 주변에는 ‘결사반대’가 적힌 펼침막이 곳곳에 걸렸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서 종교집회장 건축이 가능한 지역이다. 수많은 교회들도 이미 그런 곳에 자리 잡았다. 반대의 이유는 명확하다. ‘이슬람 사원’은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구청은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며 진전도 없는 갈등 중재에 들어갔다. 대구 북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단지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언어를 배우고 역사를 공부하며 한국 사회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궁금하다. 그들이 만나게 될 한국의 문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 사회 구성원들의 주요한 행동 양식을 문화라고 부른다. 음식을 대하는 행동이 그 사회의 음식문화를 형성하고, 교육과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교육문화와 정치문화를 만든다. 요리사, 교사, 정치가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각 문화의 현재와 미래가 그들에게만 달려 있는 건 아니다.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이 종교를 대하는 행동과 태도는 그 사회의 ‘종교문화’를 형성한다. 우리 사회는 주요 종교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런 문화적 분위기도 언젠가 변할 수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의 비율은 2004년 약 54%였지만 2021년 약 40%로 줄었다. “종교가 없다”는 응답자 100명당 61명은 호감이 가는 종교조차 없다고 했는데, 이는 2004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기대도 점점 줄고 있다. 비종교인의 82%는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각 종교의 교세와 운명은 해당 종교의 지도자들과 신자들이 고민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종교들과 부대끼며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종교문화는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와 이웃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종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개 서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종교를 폄훼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다. 한국이라는 다종교 사회에서의 기본 에티켓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낯선 종교를 꺼리고, 종교를 둘러싼 논쟁이나 갈등 앞에서 ‘멘붕’을 겪는다. 타 종교의 중요한 행사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면서 그렇게 할 신앙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종교인을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면서 눈감아버려도 괜찮은 걸까?

어떤 사람들은 종교와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일상의 논리를 초월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특정 종교가 결부된 문제는 당사자들의 대화나 해당 종교 내부의 논리로 풀 수 있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관심을 거둔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인류의 종교사에서 종교문화가 일상의 삶, 정치적 문제,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적은 없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사고와 행동 사이에 현격한 차이를 가정할 과학적 근거도 없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초자연적 존재를 믿을 수 있으며, 도덕적으로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종교문화는 서로 다른 종교의 신자들과 비종교인들이 서로 부대끼며 사는 일상을 통해 표출된다. 대구 북구의 공사장에 얽힌 일들도 그렇다. 우리 사회의 종교문화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냉정한 반성과 비평은 사회 구성원의 당연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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