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을 상징하는 엠제트(MZ)세대가 재벌의 ‘밥장사’에 공정의 잣대를 들이댔다.
현대차그룹에 재직하는 엠제트세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 급식사업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왜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에서만 급식을 공급받아야 하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일감을 100% 몰아주는 등 부당지원한 것에 과징금 2천여억원을 부과했다.
엠제트세대 청원인이 재벌의 ‘밥장사’에 분노하는 직접적 이유는 ‘형편없는 식사 품질’이다. 청원인은 “(현대그린푸드의) 식단가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부실하다”면서 “임직원들이 현대‘구린’푸드라고 부를 정도”라고 폭로해 충격을 줬다.
청원인은 또 현대차의 급식 부실이 친족기업인 현대그린푸드의 독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현대백화점은 ‘사촌 그룹’이다. 청원인은 “오너 일가의 사리사욕 때문에 서로 부당지원하는 것”이라며 “부품업체 선정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왜 오너 일가 사이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막느냐”고 꼬집었다.
재벌은 급식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임직원의 복리후생을 강조한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직원 급식은 이익 창출과는 거리가 멀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웰스토리는 8년간 삼성전자 등 4개사와 거래에서 25%를 넘는 직접이익률(매출에서 식재료비·인건비 등을 뺀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록했다. 또 2015~2019년 5년간 총수 일가가 지분 32%를 보유한 삼성물산에 당기순이익의 77%인 2758억원을 배당했다. 엠제트세대에게는 재산이 수조원에 달하는 재벌 총수가 ‘벼룩의 간을 빼먹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엠제트세대 청원인은 급식 문제가 “(삼성·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재벌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5조원 정도인데, 7개 재벌이 80%를 차지한다. 계열사나 친족기업이 100%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기 때문이다. 나머지 20%를 놓고 4~5천개 중견·중소기업이 피 말리는 생존경쟁을 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월 삼성·현대차 등 8개 그룹과 ‘급식 일감 대외개방 선포식’을 가졌지만, 지난 석달간 삼성이 구내식당 세곳을 개방하는데 그치는 등 실적은 미미하다. 그나마 중소 급식업체는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자격 제한을 해서, 재벌 급식업체들끼리 ‘돌려먹기’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기성세대가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해온 재벌의 밥장사에 엠제트세대가 분노하고 있다. 엠제트세대가 제시하는 공정의 잣대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 부당지원, 중소기업 사업 기회 차단 등 폐해가 크다. 더욱이 1인당 단가가 4천~5천원에 불과한 밥장사를 재벌이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구글·애플이 밥장사를 하지 않는 것은 직원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