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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부동산·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되어 있는가

등록 2021-07-02 18:34수정 2021-07-03 02:0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년7개월 만에 단독으로 만나 최근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년7개월 만에 단독으로 만나 최근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2018년, 2020년 두차례 주택가격 폭등을 경험한 바 있는데 세번째 폭등 조짐이 보인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달에만 두차례 집값 하락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시장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마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냥 오르기만 할 거라는 집단 최면에 빠진 듯하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영영 집을 사지 못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무주택자들은 빚을 내 갭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이들의 기대처럼 집값은 계속 오르기만 할까.

한국은행이 최근 자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과도한 가계부채 확대를 특징으로 하는 금융 불균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한은이 만든 ‘금융 취약성 지수’는 과거 위기 전후 우리나라의 금융 취약성 수준을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수준이 58.9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73.8)에 가까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침, 인플레를 우려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은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유동성 파티의 끝이 다가왔음을 예감케 한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3~5년 내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서는 외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탓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도 모두 외국발 충격이었다. 다만, 우리가 내부적으로 위기 발생에 대비되어 있다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 대비책도 단시일 내에는 마련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집값에 상당한 버블(거품)이 낀데다 가계부채마저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집권 여당과 정부의 태도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두가지 변수가 우려를 낳게 한다. 첫째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이 대표적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변경 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이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약화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계획들까지 잇따라 발표되면서 수도권 곳곳의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은 경제에 독이 된다.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계층 간 불평등 악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02년 자가보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주택 소유 사회’(오너십 소사이어티)를 제창했다. 이를 위해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늘려주도록 했다. 그러나 몇년 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급증했고 이는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 시일이 오래 걸리는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기보다 대증요법을 통해 불만을 완화하려다 되레 화를 부른 사례다.

둘째는,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금융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감독 시스템은 곳곳이 구멍이다. 금융거래가 국제금융시장과 실시간으로 연동돼 움직이는 요즘 세상에, 국내 금융(금융위원회)과 국제 금융(기획재정부) 관할 부처가 분리돼 있어 효과적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다 금융감독도 감독정책 수립 등 총괄 기능은 금융위원회에 있고, 집행 기능은 그 산하조직인 금융감독원에 있다. 이런 기형적 체계는 이명박 정부의 산물로, 주요국 중에 이렇게 기능이 분산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금융감독을 책임져야 할 금융위는 금융감독보다는 금융산업 육성을 우선시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산업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금융감독이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몇년 전 금융위가 밀어붙인 인터넷전문은행 육성만 해도 중금리 대출 확대라는 취지와 다르게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모만 늘려놨다. 지금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 악화에 일조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두 조직이 갈등을 빚기 일쑤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퇴임한 지 두달이 다 되도록 후임 원장이 임명되지 못하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우리는 지금 조만간 닥칠지도 모를 위기에 대비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현 경제팀 선임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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