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럽축구챔피언십(유로 2020)은 현재 진행 중이며, 2020 도쿄올림픽은 23일 개막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두 대회 모두 2021년의 행사가 됐지만, ‘2020’ 명칭을 고수하는 데는 ‘숫자와 기억의 정치’가 있다.
유럽 각 나라 대표팀 간의 경기 무대인 유로 2020은 1960년 대회 창설 이후 60돌이라는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회를 주관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해 1년 연기를 발표하면서 “대회 이름 유지로 우리는 유럽 축구 60년이라는 비전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됐다. 또 코로나19라는 비상한 사태를 다 함께 헤쳐나갔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도 지난해 대회를 연기하면서 “올림픽은 항상 짝수 해에 열렸다”라며 2020 올림픽 명칭을 유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물론 두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2020 숫자에 집착하는 데에는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유럽축구연맹은 “대회 기념품 등에 이미 유로 2020 로고가 들어가 있다. 바꾸면 엄청난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의 경우 후원 기업들이 2015년부터 기념 배지, 티셔츠, 골드바 등 각종 상품에 2020 올림픽 로고를 새겨 판매해 왔다. 개최년도를 2021로 바꾸면 제품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2020이라는 가공의 현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고정불변의 팩트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입장에서 누가 쓰느냐에 따라, 즉 담론에 따라 사실이 달라진다. 미셸-롤프 트루요는 ‘과거 침묵시키기’(그린비 출간)에서 역사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뿐만 아니라 ‘무엇이 일어났었다고 말해지는지’도 함께 의미한다고 했다.
유럽축구연맹이나 아이오시가 2020에 의미를 붙여 새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분히 상업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정치적 사건에 대해 개인의 기억을 통제하려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는 달리 ‘해악’은 없다. 진행 중인 남미 축구 ‘2021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2020을 쓰지 않는데, 이는 유럽축구연맹과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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