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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디디추싱과 미-중 ‘데이터 전쟁’ / 박민희

등록 2021-07-12 14:40수정 2021-07-12 14:41

2012년 중국 인터넷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 직원 출신의 청웨이가 ‘디디다처’라는 차량 호출 앱을 창업했다. 중국에선 당국의 택시 면허 제한 등으로 수요에 비해 언제나 택시가 부족했다. 휴대전화로 곧바로 택시나 승용차를 부를 수 있는 디디다처는 큰 인기를 모았다. 중국의 거대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진출했던 우버도 디디다처와의 경쟁에서 패배했다. 2015년 디디다처는 우버의 중국 자회사까지 인수해 디디추싱(滴滴出行)이란 이름으로 중국 차량 호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었다.

‘카카오 택시’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디디추싱은 택시뿐 아니라 고급 승용차 호출, 대리운전, 차량 공유와 관리, 기업체 차량 제공, 음식 배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 내 앱 이용자는 3억7700만명이고, 수천만명의 운전자와도 연결돼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의 IT 대기업뿐 아니라, 애플과 소프트뱅크 등 해외 투자자들로부터도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인 류칭 디디추싱 사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칭은 중국을 대표하는 컴퓨터 제조 기업 레노보의 설립자 류촨즈의 딸이다.

지난달 30일 디디추싱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44억달러(5조433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지 이틀 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 상장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며 조사에 착수하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관련 앱들을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디디추싱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디디추싱 사태는 미-중 ‘데이터 전쟁’이 본격화되는 신호다. 데이터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경쟁의 핵심 요소이며, 안보와도 직결된다.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취약한 중국에서 인터넷 플랫폼 대기업들은 14억 인구로부터 막대한 양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축적했다.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우려했고, 나아가 이들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미국 회계 당국에 민감한 정보들이 넘어가는 것을 경계한다. 중국 곳곳의 도로와 지형 관련 정보를 축적한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칼을 뽑아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10일 회원 100만명이 넘는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의 문이 닫혀가고 있다.

미국도 중국이 미국인들의 정보를 장악할 우려를 거론하면서, 중국 IT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막으려 해왔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서 상장을 폐지하게 하는 법도 제정했다.

오랫동안 중국 기업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액의 자본을 모아왔고, 미국 월가 금융 자본가들은 그 과정에서 수수료로 막대한 이윤을 챙겨왔다. 이제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그 공생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데이터 전쟁’은 미-중이 갈라서는 ‘디커플링’의 도화선이 될까.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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