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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윤석열의 ‘부정식품’과 대통령의 책무 / 손원제

등록 2021-08-02 15:48수정 2021-08-03 02:39

‘인체에 유해한 물질 등을 사용하여 제조하고 가공한 식품.’ ‘불량식품’의 사전 뜻풀이다. 비슷한 단어인 ‘부정식품’의 사전 뜻풀이는 ‘식품위생법에 어긋나는 재료나 방식으로 만들어진 식품’이다. 불량식품을 막기 위한 식품위생법을 어기고 만든 식품이니, 불량식품 중에서도 범법의 선을 넘은 식품인 셈이다.

‘불량식품’이나 ‘부정식품’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는 현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국민의 보편적 권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국가가 식품 안전을 위한 법령을 갖춰, 식품의 제조·유통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당연히 부자들이 사 먹는 비싼 식품과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소비하는 값싼 식품을 갈라 서로 다른 위생·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일은 적어도 현대 문명국가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불량·부정식품 사건으로 중국 ‘가짜 분유’ 사건이 꼽힌다. 2008년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가 전국에 유통돼 6명의 아기가 숨지고 30만명이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등 큰 충격을 던졌다. 해당 업체는 단백질 함량을 속이려고 멜라민을 분유에 첨가했다. 지난해에도 후난성에서 비슷한 불량 분유 피해자가 속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우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해 “먹으면 병에 걸려 죽는 식품이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더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건강과 생명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빈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느냐”(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2일 자신의 발언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 것이라면 기준을 너무 높여 단속하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 아니냐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며 “어이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더 아래라도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발언을 부자와 빈자에 대해 식품 기준을 차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 말고 달리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지도자를 꿈꾼다면, 가난한 사람이 부정식품이라도 싸게 사 먹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생각을 하는 게 정상 아닐까.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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