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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바이든이 ‘독-러 가스관’ 오케이 한 이유 / 권혁철

등록 2021-08-15 14:12수정 2021-08-16 02:06

“우크라이나 지원, 유럽 에너지 안보와 우리의 기후 목표 달성에 관한 공동선언”

지난 7월21일 미국과 독일이 발표한 합의문 제목이다. 두루뭉술한 제목만 봐선 무슨 내용인지 알쏭달쏭하다. 공동선언의 핵심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노르트스트림 2)에 미국이 오랜 반대를 접고 동의한다는 것이다.

옛 소련 시절부터 유럽은 러시아에서 가스를 수입했다. 냉전이 끝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이가 아주 나빠졌다. 2009년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13일 동안 차단하는 바람에 유럽 사람들이 난방을 못 해 추위에 떨었다.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따라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이 추진된 배경이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 바다를 통과하는 1222㎞ 해저 파이프라인이다. 첫번째 가스관(노르트스트림 1)은 2011년 연간 공급량 550억㎥ 규모로 완공됐다. 독일과 러시아는 2015년 기존 가스관 옆에 550억㎥ 용량의 두번째 가스관(노르트스트림 2) 건설에 합의했다.

노르트스트림을 두고 미국, 독일, 러시아가 충돌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은 러시아에 에너지를 너무 의존하면 유럽 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두번째 가스관을 “러시아의 악성 영향력 사업 중 하나”로 불렀다. 미국이 내건 유럽 안보라는 명분 뒤에는 남아도는 자국 셰일가스를 비싸게 유럽에 팔려는 이해타산도 숨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 바이든 행정부도 노르트스트림 2를 두고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무력화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 파트너들을 위협하려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독일과의 관계 악화가 러시아에 맞서는 유럽대서양동맹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일을 마냥 밀어붙이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봤다.

한국과 미국의 의견이 다르면 미국 의견을 따르는 게 한-미 동맹 강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꽤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이 생각을 바꾸는 방식으로도 동맹을 강화할 수 있음을 미국과 독일의 노르트스트림 2 합의는 보여준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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