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조문영|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지난 8월 말 아모레퍼시픽 포럼과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과 한국인의 중국 인식’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은 하나의 정당이 장기 집권하면서 제 나라를 패권 지위로 재도약시킨 사건으로, 학계나 언론에서 다양한 평가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반중국 정서가 한껏 고조된 상태라 대중적 관심은 미미했다.
중국을 압박하는 외세는 “14억이 넘는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연설이 한껏 타오른 반중 감정의 땔감 정도로 회자되었을 뿐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중국이 부정과 회피의 주제가 되고 만 현실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한국인의 중국 인식의 현주소’란 제목의 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중국에 관심을 두게 된 경로가 서로 다른 분들을 초대했는데,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대학원생인 김준호씨의 발표가 충격적이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중국 혐오 콘텐츠를 자세히 소개했다. 회의에 접속한 중국인 청중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했을 만큼, 콘텐츠 내용과 관련 댓글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중국인 괴롭히기를 게임처럼 즐기는 콘텐츠가 범람하고, 댓글들은 (강아지든 음식물 거름망이든) 중국 영상이기만 하면 티베트, 위구르, 홍콩, 천안문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억지로 연관 지었다.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는 공산당의 문화침투 전략으로 매도되면서 혐오의 표적이 되었다. 김준호씨는 중국 혐오 콘텐츠의 조회수가 100만이 넘고, 수천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며, ‘반중’이 청년 세대에서 지배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했다.
그의 지적은 올해 6월 <시사인(IN)>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반중 인식’ 여론조사 결과와 중첩된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는 젊은이들이 중국공산당이나 중국 제품뿐 아니라 중국의 문화유산, 음식까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2020년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중국 인식 여론조사에서 젊은이들이 장년 세대보다 중국에 더욱 부정적인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환기했다. 한국의 2030 세대가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핵심 집단”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중 정서는 지난해 석주희 교수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한-일 관계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청년 세대의 반일 정서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석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은 대체로 정부와 민간을 구분하여 일본을 인식하며, 특히 2030 세대는 50대보다 일본에 훨씬 우호적이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역사·정치와 문화를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사실 연구자들이 ‘청년 세대의 반중’이란 화두를 비켜갈 수 있는 구실은 많다. 세대론이 “요즘 젊은것들”의 이야기를 자기 편의대로 활용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게임 도구에 불과하다거나, 한국은 물론 전세계 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여성, 소수자, 난민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혐오 유희에 중국이 추가되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에 관심을 둔 젊은 연구자가 굳이 “저희”라는 표현을 써가며 청년 세대의 중국 인식을 쟁점화하는 데는 학계가 이 현상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깔린 듯하다. 김준호씨는 (<영웅문>, <삼국지>, 사회주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에 관심을 가졌던 윗세대와 달리) 현재 청년들은 중국 위협론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으며 자랐고, 중국인과 중국 문화에 매력을 느낀 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아쉽게도 선배 연구자분들이 중국학계에서 착실히 쌓아온 값진 결과물들을 젊은이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면서 대안적인 중국 담론을 생산하는 노력이 학계에서 별반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비판이 와닿았다. 연구자들이 논문과 학술회의라는 표준적 관행을 반복하며 우리끼리의 결속에 자족하는 것은 아닌지, 민간의 다채로운 역동에 별반 주목하지 않은 나머지 국가와 인민을 일체화하는 중국 지배 엘리트의 어법을 “중국이”라는 주어 아래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 ‘중국 혐오’와 ‘중국 비판’을 구분하고, 시진핑 체제에서 극심해진 소수민족 억압, 검열과 감시, 각종 사회운동 탄압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견지하기 위해서라도 유희가 된 혐오를 더는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