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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축구도 복지도 ‘티키타카 전략’으로

등록 2024-01-23 15:21

각종 고지서가 쌓여있는 다가구주택의 우편함. 연합뉴스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한창이다. 너무 오랫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해 축구팬들의 기대가 크다. 축구팬 중 한명으로서 단순히 이기는 것보다 소위 빠른 패스가 수비부터 공격까지 이어지는 ‘티키타카’ 공격축구를 기대한다.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감독의 체계적 전략 아래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복지’라는 우리의 게임은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다. 우리의 시선 밖에서 누군가 계속 죽는다. 그리고,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점을 줄이기 위해 수비수를 늘리고 골대 앞에 집중 배치하지만, 상대가 골대 앞까지 오지 못하도록 막는 전략이 취약하다 보니, 계속해서 슈팅을 허용하고 실점한다.

지난 11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대응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광주에서 한 남성이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 17일에는 대구에서 간병살인 사건이 있었다. 처음이 아니다. 최근 일어난 복지 사각지대 사건들은 그 앞에 지방자치단체 이름이 붙는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할 지자체 이름이 낙인처럼 따라다닌다. 그러니 지자체마다 관내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까 봐 노심초사다.

“약자복지”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역시 복지 사각지대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사회보장정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지역 민관협력 사각지대 발굴 프로그램, 인공지능을 활용한 위기가구 서비스 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간단하다.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에 비해 사회적 위험의 크기가 너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가족의 역할은 줄어들고, 노동시장 불안정은 커지고 있다. 실제 2017년 2천명가량이던 50대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2022년 5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1인 가구와 돌봄이 필요한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골대 앞에 서 있는 일선 공무원들은 늘어나는 다양한 위기가구들을 찾아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소위 ‘둑이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위기가구를 발굴해도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 등 이유로 생존 확인을 넘어 특별히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을 때도 잦다고 한다. 그러니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현실이 이러한데 매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된다. 이 주장은 반만 맞다. 당장 상대방의 공세가 거셀 때 수비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비 강화만으로 반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치열한 교육경쟁과 불안정 노동, 높은 스트레스와 악화하는 건강, 그리고 주된 일자리에서의 조기 퇴직이 골대까지 오기 전에 겪는 일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가족이나 공동체와 튼튼한 관계를 맺거나 지속가능한 노동을 꿈꾸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중앙과 일선 공무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전략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수비수 사이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위기에 놓여 있는 이들을 지지할 수 있는 정책과 전달체계 재편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비전술만으로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렵다. 공이 곧바로 골대 앞까지 오는 일이 없도록, 앞까지 오더라도 쉽사리 슈팅하지 못하도록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좋은 미드필더와 공격수들, 그리고 이들을 팀워크로 묶어내는 티키타카 전략이 있다면, 실점 줄이는 것을 넘어 ‘행복’이라는 득점을 시도할 수 있다. 개인의 역량과 고용가능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 지역을 살리는 산학협력 및 사회적 경제 정책,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정책, 실업이 소득이나 사회적 관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실업 정책, 그리고 두터운 건강 및 돌봄 정책 등이 미드필더와 공격수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지역에서 민간이 자생적으로 공동체와 사회적 지지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지원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선수’ 보강을 위해서 먼저 무분별한 감세를 전환해야 한다. 복지라는 게임은 축구와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내내 골대 앞만 지킬 것인가, 승리를 위한 전술 변화에 나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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