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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오징어 게임 / 권태호

등록 2021-09-29 15:58수정 2021-09-29 19:26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역사적인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7일 첫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27일(현지시각) 현재 전세계 83개국 중 76개국에서 텔레비전 부문 1위다. 드라마에 나온 ‘달고나 키트’, ‘양은 도시락’ 등이 아마존 등 전세계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인기리에 거래되고, 오징어 게임 테마주 주가는 30~70%씩 급등했다.

1970~80년대 골목길 놀이였던 오징어 게임은 당시에는 ‘오징어 가생’이라는 말로 더 많이 불렸다. ‘오징어 가생’ 외에도 ‘공짜 가생’, ‘십자 가생’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생’이 있었다. 일본말로 ‘갓셍’, 편을 나눠 싸우는 ‘합전’(合戰)을 뜻한다. 이로 미뤄볼 때, 오징어 게임의 역사는 해방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오징어 가생은 민첩함 외에도 몸과 몸이 부딪치는 육박전이 불가피해 여러 ‘가생’ 중에서도 가장 격렬했고, 남녀가 섞여서 놀기도 했던 다른 가생 놀이와 달리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남자아이들의 거친 놀이였다. 그래서 진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매우 잦았다. 몸싸움 와중에서도 상대방의 다음 동작을 짐작해 이를 역이용하는 심리전도 상당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라진 지 꽤 오래된 이 추억의 게임을 끄집어내 상금 456억원을 놓고 목숨 걸고 싸우는 데스매치의 한 종목으로 띄워 올린 게 <오징어 게임>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했다. 2008년에 이 작품을 기획했지만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했다. ‘기괴하다’며 거절당했던 이 작품이 10여년 만에 빛을 봤는데, 이번엔 “현실감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다.

이런 유형으로 일본 <배틀 로얄>, 미국 <헝거 게임> 등의 만화, 영화 등이 이미 나온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이 <배틀 로얄>과 다른 점은 참가자들의 서사가 서려 있다는 점이다. ‘게임 속 말’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개별성, 스토리가 배어 있다. <헝거 게임>과 다른 점은 영웅이 아닌 루저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감정이입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퇴직금이자 산재보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31)도 그중 한명인 것 같다. 자신을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라고 했다. 요즘은 누구나 자신을 불쌍히 여긴다. 그런데 강자들도 그런다. 또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도 모르고 알린다. 눈치가 없기 때문이다. 눈치본 적 없는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할 뿐, 남이 어찌 생각할지 헤아릴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책무실장·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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