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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장동 대박, 화천대유 이름값? / 이종규

등록 2021-10-06 17:07수정 2021-10-07 22:51

2000년대 초에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 신용카드사의 광고였다. 저축도 아니고 카드 긁어 물건 사라고 권하면서 부자 되라니, 언뜻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지만 광고 효과는 만점이었다. 천박한데다 유치하기까지 한 광고 카피를 누가 따라 하겠나 싶은데, 당시에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부자 되세요”가 새해 덕담처럼 널리 쓰였다. 외환위기 여파로 삶의 안정성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온 사회에 퍼진 ‘부자 되기’ 열풍의 한 단면이었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화천대유 하세요”라는 글이 떠돌았다. “3억5000만원이 4000억원이 되는 마법”이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여졌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투자자들이 1000배가 넘는 이익을 거둔 사실을 비꼰 것이다. 정치인들도 이 글을 패러디해 퍼날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유튜브를 통해 “화천대유 해서 넉넉한 한가위 보내기 바란다”라는 ‘추석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부동산 대박’ 시대의 “화천대유 하세요”는 20년 전 “부자 되세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확천금을 노린 토건세력이 세운 회사 이름이 삼라만상과 인간사의 섭리를 다룬 중국의 고전 <주역>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주역>의 64괘 중 각각 14번째, 13번째 괘에 해당한다. ‘화천대유’ 괘는 하늘 위에 불이 놓인 모습이다. 햇볕이 만천하에 내리쬐는 형상이니, 많은 것을 얻는다(대유)는 뜻을 담고 있다. 화천대유는 회사 로고에도 이 괘를 쓰고 있다. ‘천화동인’ 괘는 불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불길이 하늘과 만나듯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친다(동인)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은 상상을 뛰어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화천대유의 실소유주 김만배씨는 부동산 이권에 밝은 변호사와 회계사 등 ‘꾼’들을 동업자로 끌어들였고, 전직 대법관과 검찰총장 등 초호화 ‘전관’들을 회사의 고문·자문으로 영입했다. <주역>에서 따온 회사명이 지금까지는 이름값을 제대로 한 셈이다. 이 ‘부동산 대박 판타지’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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