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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정당의 주인이 바뀌었다

등록 2021-10-11 16:17수정 2021-10-12 02:33

정당의 대선 후보는 자신을 뽑아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충성해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최선을 다해서 그 정당의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 정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한용 선임기자

“정당은 현대 민주주의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러나 정치철학자들은 정당을 홀대했다. 기껏해야 ‘자유로운 사회라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필요악’이라고 봤다. 정당이 필요악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면 없어서는 안 될 중심 제도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박상훈 <정당의 발견>)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된 정당이 출현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 정당보다 정치인이 먼저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위해 1951년 자유당을 창당했다. 박정희 소장은 19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1963년 민주공화당을 창당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도 민주정의당을 창당했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이었다.

독재의 대항 세력으로 보수 야당이 출현했다. 1955년 민국당, 장면·정일형 등 흥사단계, 현석호·김영삼 등 자유당 탈당파, 무소속 정치인이 참여해 민주당을 창당했다. 신민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은 그 후신이다.

보수 야당도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들이 정당을 만들고, 그리고 없앴다. 김영삼 총재, 김대중 총재, 김종필 총재는 신적 존재들이었다. 국회의원 공천을 주고 정치자금도 줬다. 그들을 따라서 우르르 몰려다닌 국회의원들은 졸(卒)이었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대선주자가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우르르 따라가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당의 주인이 바뀌었다. 과거 정당의 주인은 총재나 대표였다. 지금은 당원과 지지자들이다. 국회의원 공천을 당원과 지지자들이 준다. 정치자금도 당원과 지지자들이 준다.

10월10일 끝난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주역은 이재명 후보나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니다. 선거인단 216만명이다. 145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놀라운 숫자다. 대의원 1만5천명, 권리당원 70만명, 국민·일반당원 143만명(1차 64만, 2차 49만, 3차 30만) 등이다.

11월5일을 향해 달려가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의 주역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대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아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책임당원들과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국민이다.

국민의힘 사람들은 2~3주 전까지만 해도 대선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이라고 굳게 믿었다. 대구·경북과 고연령층 당원들이 홍준표 의원은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이 앞서기 시작했다. 신규 당원 변수도 생겼다.

본경선에는 책임당원 투표 50%를 반영한다. 국민의힘 기존 책임당원은 28만명이다.

이준석 대표가 뽑힌 6월 전당대회 이후 무려 26만명이 새로 입당했다. 20~40대가 11만명으로 43%를 차지한다. 이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윤석열 전 총장이 불리해진다.

중립을 지키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심이 홍준표 의원에게 기울고 젊은 당원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대구·경북과 고연령층 당원들도 고민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의원이 이길 확률을 50%라고 했다. 두고 볼 일이다.

모름지기 머슴은 주인에게 충성해야 한다. 정당의 대선 후보는 자신을 뽑아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충성해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최선을 다해서 그 정당의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이재명 후보는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 경선 캠프를 해체하고 본선 캠프를 다시 짜야 한다. 뗏목으로 바다를 건널 수는 없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세번의 집권 경험이 있는 정치와 정책의 보고다.

이재명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기득권의 잔치, 여의도 정치를 혁신하라’를 “절박하고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소개했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는 지금 여의도 정치를 배워야 할 때다.

11월5일 뽑히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내부 자원을 총동원해서 본선 캠프를 꾸려야 한다. 국민의힘에는 우수한 인력이 꽤 많다.

윤석열 전 총장이 후보가 됐다고 법조인들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면 국민의힘 집권은 물 건너간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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