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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개한테나 줄 ‘단독’ 이제 그만

등록 2021-10-26 18:14수정 2021-10-27 10:03

[전국 프리즘] 김기성ㅣ수도권데스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 후보가 ‘공공’이라는 가면을 씌워 대장동을 개발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목적을 갖고 고의로 화천대유를 비롯한 민간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특정 목적은 물론 이 후보가 ‘뒷돈’을 챙기거나 대통령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서로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 후보는 “자칫 토건세력인 ‘그들만의 돈 잔치’가 될 뻔한 게임에 시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무장하고 뛰어들어 그나마 절반이 넘는 이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줬다”고 맞받으며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양쪽 모두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 전쟁에 언론이 빠질 수는 없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수록 신이 나는 게 언론의 속성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기름을 부어 화염을 극대화해야만 누군가 쳐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을 공격하는 쪽과 언론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검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행동을 같이하기 마련이다. 공격하면 할수록 전쟁은 치열해지고 구경거리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 때문에 인터넷이란 창과 포털사이트라는 무기로 중무장한 언론은 최근 ‘단독’이란 첨단 병기까지 들고 나선다. 날마다 단독이란 두 글자를 붙인 기사를 토하듯 쏟아낸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독자들은 순간순간 날개를 달고 튀어나오는 [단독]이란 꺾쇠에 홀린 듯 빠져든다. 단독은 다른 언론에서 아직 아이템조차 잡지 못한 사안을 그야말로 홀로 취재해 보도하는 ‘따끈한 뉴스’로도 풀이되지만, 이젠 기자에게나 독자에게나 모두 ‘달콤한 독’으로 변한 듯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에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9월13일부터 10월26일까지 ‘단독 대장동’이란 검색어를 넣어봤다. 808건으로 나왔다. 검색된 기사가 모두 단독으로 포장돼 있지만, 정말 독자가 아니 기자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단독’인지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단독이라 붙인 기사도 허다하고, 다른 언론사의 기자가 쓴 기사를 복사해서 붙인 뒤 앞뒤 문장만 바꾼 단독도 존재한다. 심지어 남들이 다 아는 내용을 ‘기자 혼자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도 단독이란 꺾쇠를 붙인 기사도 있다. 어느 정치인과 대화를 하다가 주워들은 또는 던져준 얘기를 혼자 들었다며 [단독]이란 꺾쇠를 달아 독자의 눈을 포획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일부 언론은 ‘가짜 뉴스’에도 단독을 붙였다. 진정한 ‘단독’의 가치는 ‘희소성’과 ‘사실성’을 함께 갖춰야 함에도 이제는 그야말로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기사가 단독이 된 듯하다.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클릭 수’ 경쟁만 하다 보니 ‘언론이 단독병에 걸렸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클릭 수가 언론의 수익과 연결된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뉴스 가치가 없는 단독을 쏟아내는 언론의 속도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이런 단독의 남발은 곧 언론의 신뢰도로 연결되는데도 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저명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은 베스트셀러인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에서 “1983년 이후 영국인 4명 중 1명만 기자를 믿는다고 했다.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부동산 중개인이나 은행업자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 훨씬 낮다. (중략) 미디어가 영향력과 신뢰를 잃으면 권력에 책임을 묻는 능력도 약해진다”고 썼다.

최근 ‘광주 학살자’ 전두환을 옹호한 누구는 ‘진정한 사과를 하라’는 요구에 사과를 개에게 줬다. 더는 개한테나 던져줄 ‘가짜 단독’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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