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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이 아니다

등록 2021-11-09 18:45수정 2021-11-10 10:18

이재명(왼쪽),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세상읽기] 신진욱ㅣ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전 경기지사로 결정된 데 이어, 국민의힘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양대 정당의 경선이 끝나고 본선 경쟁이 시작됐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선의 최종 승자는 두 후보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선거의 의미를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사고한다면 한국 정치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것이다.

이번 대선은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만큼 두 유력 후보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회의적인 유권자가 많다. 심지어 지지의 배경에도 부정적 동기가 작지 않다. 윤석열은 절대 안 되니 이재명을 찍는다거나, 민주당은 절대 안 되니 윤석열을 찍는다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누가 당선되어도 출발점부터 지지기반이 너무나 좁고 국정수행에 파열음도 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를 회피하면 정치는 더 망가질 것이다. 직시해야 한다.

이런 대결정치는 두 인물의 특성에 기인한 면도 있겠지만, 왜 그런 두 인물이 최종 후보가 되었을지를 생각하면 더 깊은 구조적 맥락을 묻게 된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양당 핵심 지지층의 열망을 가장 확실히 실행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본선에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은 그다음 문제다.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는 그동안 심화된 정치 양극화와 진영대결이 차기 정권에서 더욱 격화되고 공고화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선거 과정에서 그런 대결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윤석열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 그는 그동안 가족 문제, 잦은 실언, 철학의 빈곤, 정책 현안에 대한 무지 등 여러 약점을 보였지만, 그런 개인적 요인들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건 안이하다. 2007년에 이명박 후보는 ‘전과 18범’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동영 후보를 역대 최대 격차로 이겼다. 후보 간의 전투는 민심의 지도 위에서 벌어진다. 그 지도의 형세가 더 중요하다.

윤석열 후보는 희망, 신뢰, 공감 같은 긍정적 에너지로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다. 그는 분노, 증오, 복수심, 배신감 등 온갖 부정적 에너지의 응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모를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진보좌파를 뿌리 뽑자는 사람, 부동산세를 참을 수 없는 사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실망한 사람 등 이질적 동기가 섞여 있다. 그 힘이 지금 대단하기 때문에 윤 후보는 목적지도 알지 못한 채 분노의 기관차를 몰고 가고 있다.

그에 반해 이재명 후보가 대결정치로 규합할 수 있는 세력은 제한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낮지 않지만 반대 여론이 거의 두배이고 그중 강한 반대층이 다수다. 정권교체 여론은 60%에 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탄핵 이전으로 돌아갔다. 부동산 가격 폭등, 검찰개혁 추진 과정의 갈등, 안희정·조국·박원순 등 거물급 인사들의 이슈를 포함해서 다양한 계기가 누적되어왔다. 그래서 윤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추가할 수 있는 우군이 많지 않다.

민심 잃은 여당과 비전 없는 야당, 이 불행한 구도는 몇몇 정치인의 잘못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너무 잘하고 있는데 적폐세력만이 문제라고 믿는 한편의 사람들, 그 반대편에 민주당과 진보·노동 세력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적대적 공존을 공고화시켜온 것이 더 큰 맥락이다. 이런 환경에서 여당이 오류를 수정하면서 더 좋은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됐고, 보수가 탄핵 이후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기회도 날아갔다.

여기에는 더 넓은 제도적, 사회적 맥락이 있다. 근본적인 배경은 현재의 양당 독점 체제다. 대통령제와 지역구 승자독식 선거제 아래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 결과 1, 2당의 의석이 전체의 94.3%에 달했다. 또한 지난 몇년 사이에 정당 당원 수가 급증해서 현재 유권자의 20%에 달하는데 그중 87%가 1, 2당의 당원이다. 양당의 권리당원 수도 전체 권리당원의 90%에 가깝다. 양당 대결 너머의 다양한 정치적 선호와 의제가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지금 이재명 대 윤석열의 강대강 대립 구도가 탄생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역학, 제도적 환경, 사회적 기초의 효과가 중첩된 결과다. 이재명인가? 윤석열인가? 이 틀에 갇혀 있는 한, 누가 당선되든 한국 정치는 영원한 도돌이표의 저주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 과거에 의해 주어진 선택지를 넘는 미래를 구상해야 할 때다. 그것을 위해 각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두 후보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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