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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근대5종과 ‘세인트 보이’ / 김창금

등록 2021-11-14 15:27수정 2021-11-15 02:34

‘국제 근대5종 연맹’(UIPM) 집행위원회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근대5종의 5개 세부 종목 가운데 승마를 퇴출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과도기인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승마가 유지되지만, 근대5종 경기 시간은 우선 하루에서 90분으로 단축된다. 승마를 대신할 종목으로는 사이클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최종 결정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승마 퇴출안에 대해 일부 선수나 지도자, 회원국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승마가 빠지면 근대5종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과 젊은층 흡수 등 올림픽 마케팅을 중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박이 강해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제근대5종연맹 집행위가 100년 넘게 지속한 근대5종 경기에서 승마를 제외하기로 한 이유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충격 때문이다. 당시 수영과 펜싱에서 여자부 선두로 나선 독일의 아니카 슐로이(31)는 승마에서 말 ‘세인트 보이’가 점프하기를 거부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화가 난 코치가 말을 주먹으로 치면서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문제도 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말과 교감해 장애물을 넘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추첨으로 말을 타는 방식 또한 선수의 기량보다는 운에 따라 성적이 정해지는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근대5종은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각별한 애정 속에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때 도입됐는데, 배후에는 19세기적 사고가 배어 있다. 적진에 포위된 기병 장교가 말을 타고 권총과 칼로 싸우고 수영과 달리기를 통해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스포츠에 담은 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대회에 공급되는 말이 혹사당하고 있다거나, 국제연맹이 말을 그저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거치면서 동물복지단체의 승마 제외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에 차출돼 스트레스를 받았던 세인트 보이는 고향인 일본 시가현의 승마클럽으로 돌아갔다. 세인트 보이는 자신 때문에 근대5종 종목이 개편되는 상황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선수의 입장이 아니라 동물권의 관점에서 근대5종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모를 것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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