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복영ㅣ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현재의 잘잘못이 유산으로 남아 미래에 혜택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경제 문제에서는 반대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현재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그 예다. 며칠 전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양도소득세도 인하하겠다고 했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을 대부분 뒤집겠다는 뜻이다.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신념을 담은 것일 수도 있고, 지지층 결집 목적으로 내놓은 공약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그의 미래 구상이 현재의 정책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미래를 예상하고 현재를 결정한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감세를 약속하고 있으니, 부동산을 매도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일단 기다릴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래서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 중 감세보다도 현재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다른 규제 완화 약속들이다. 그는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도 약속했다. 재건축 용적률을 300%에서 최대 500%까지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청년층 등 무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현재 40%에서 80%로 크게 완화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윤 후보가 공약한 이런 규제 완화가 정말 이루어지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보다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가 당선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부는 매도를 늦추거나 새로운 매수에 나설 것이다. 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에 빌라 매입도 늘 것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신임 서울시장이 내놓은 유사한 정책 공약이 실제 이런 효과를 냈다. 선거 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은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선거 직후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주도한 감세 조치도 정책 일관성 훼손에 한몫했다.
지금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 실수요자의 불편함이 있을 줄 알면서도 이것을 선택했다. 어떻게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위험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의 주택 마련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 덕분에 부동산 가격은 이제 겨우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부 실수요자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열심히 펌프질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곧 뒤집겠다고 하고 있으니 구멍을 뚫어 바람을 빼고 있는 격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가 현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유동성 과잉과 저금리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많은 국민 특히 무주택자와 청년들이 큰 좌절에 빠졌다. 올해 초까지는 코로나로 인해 수출을 제외한 내수 경기가 크게 나쁜 상태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도 유동성 흡수와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백신 접종과 단계적 일상 회복 덕분에 대면 서비스업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나 구인난을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유동성 흡수라는 정책수단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부동산 정책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소위 정책 시차가 길기 때문이다.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아도 실제 주택은 5년 내지 7년 뒤에나 공급된다. 현재 정책이 미래에 가서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매매에서도 앞으로의 정책을 예상하고 현재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래도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대선 기간에는 지금의 정책을 뒤집는 공약이 쏟아지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 훼손과 그에 따른 정책효과 감소 문제가 특히 심해진다. 그 부작용의 정치적 부담은 후보의 몫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