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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12년 만의 ‘김치’ 무역 흑자 / 정남구

등록 2021-12-08 15:54수정 2021-12-09 02:32

16세기 한자 교습서 <훈몽자회>에 ‘딤채’, 18세기 만주어 어휘집 <동문유해>에 ‘침채’(沈菜)가 나온다. 둘 다 김치의 어원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김치로 바뀌는 동안, 김치 자체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16~17세기에 고추가 전래돼 매운맛이 더해졌다. 19세기 말에는 결구배추가 들어왔다. 화학비료는 배추와 고추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 고추로 뻘겋게 버무린 배추김치를 누구나 흔히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만들었다.

김치는 이제 동아시아의 교역품이기도 하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사이에서 일어난다. 공업제품은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나 완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게 많은데, 김치는 중국에서 저가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고, 한국에서 고급 제품을 일본에 수출한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10년대엔 한해 1억달러(약 1177억원)어치 이상을 수입했다. 수입액은 2020년에 1억5242만달러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김치의 99.99%는 중국산이다.

우리나라의 김치 수출은 주로 일본으로 향한다. 한-일 관계가 좋았던 2011년 수출액이 8682만달러로 최고치였다. 그해 전체 김치 수출액(1억458만달러)의 83%가 일본으로 갔다. 그 뒤로는 줄어 연간 6천만달러를 밑돌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711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전체 김치 수출액의 절반이다. 김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소문이 영향을 끼쳤다.

올해는 일본으로의 김치 수출이 10월까지 16.1% 늘어난 반면, 중국산 김치 수입은 급감했다. 3월에만 해도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수입이 20%나 늘었지만,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그달에 퍼진 뒤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은 22.8%나 줄었다. 전라남도가 ‘국산 김치 자율표시 위원회’와 함께 지난 5월 도입한 국산 김치 인증표시제가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올해 10월까지 김치 무역은 2727만달러(약 322억원) 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감해 반짝 흑자를 냈던 2009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내년에도 김치 종주국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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