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변’은 요즘에는 시류나 이익을 좇아 갑자기 마음이나 행동을 바꾸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일컬을 때 주로 쓰인다. 하지만 원래 뜻은 긍정적이다. <주역>의 ‘군자표변 소인혁면 정흉 거정길’(君子豹變 小人革面 征凶 居貞吉)이란 ‘효사’에서 비롯됐다. 표범이 가을에 털갈이를 통해 가죽의 색을 선명하게 하듯 군자는 세상사와 자신의 오류를 고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뜻이다.
애초 ‘군자표변’은 혁명적 변화에 처한 사람들의 태도를 짚고 정국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정세론의 의미가 강했다. 왕조를 바꾸는 ‘역성혁명’이 도래할 때 군자는 표범이 털색을 바꾸듯 자신의 관점을 재정비하고 낡은 제도·문물의 혁파에 나서지만 소인은 그저 낯빛만 바꾼다, 이런 상황에선 또 곧바로 새로운 급진적 변화로 나아가는 것은 흉하다(征凶), 반면 기존 변화의 기반을 다지고 넓혀가는 것은 길하다(居貞吉)는 것이다.
이후 유학의 대중화와 함께 표변을 군자가 취할 바람직한 태도로 보는 처세·수양론의 관점이 부각된다. 유학과 멀어진 현대 한국 사회에선 ‘표변’만 떨어져나와 쓰이기에 이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최근 몇가지 언사를 두고 ‘표변’ 논란이 일었다. 지난 11일 경북 칠곡을 찾아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전두환 미화’ 발언을 직격하며 5·18 묘역 입구의 ‘전두환 비석’을 즈려밟았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12일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방안을 내놔, 다주택자 표심을 노린 ‘정책 표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일엔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공약 철회’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 자신은 ‘오락가락 말바꾸기’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낫게 하기 위한 ‘실용 행보’라고 강조한다. 과오를 즉각 바로잡는 군자표변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질적 정책과 무관한 ‘전두환 재평가’까지 그렇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 후보의 원칙과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불러일으킨 자충수에 가까워 보인다. 전씨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민생 개선 방책을 제시할 수 있다. 전씨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의 삶을 바꿔내는 것이야말로 군자표변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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