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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21년 여의도의 기억

등록 2022-01-05 18:16수정 2022-01-06 02:32

숨&결

배복주 | 정의당 부대표

#1. 성평등

지난해 신년을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속한 조직(정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 사건을 인지하고 당황했지만, 우리 공동체가 꾸준하게 만들어온 약속대로 사건을 성숙하게 해결하고자 했다. 가해자는 우리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엄중했고 엄격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동체적으로 해결해 나갔으며, 정의당은 그 과정에서 성과와 과제를 남겼다. 우리 사회는 최근 몇년간 정치인의 권력형 성폭력을 목도하고 가해자와 그가 소속된 정당의 행태에 분노했다. 나는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로서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정치인으로서 사건의 가장자리에 있기도 했다. 그래서 활동가의 경험과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의 경험이 교차하면서 갈등과 고민이 있었다. 그렇지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은 권한만큼 책임이 뒤따르고 그 메시지는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하여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이 사건으로 정의당은 정치인의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는 성과를 남겼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내부적 역량 강화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로 구성된 정치 영역에서는 성평등 인식과 문화를 이루기 위한 용기와 결단, 실행이 필요하다. 감추기에 급급하고 쉽게 잊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말간 얼굴의 정치가 아니라 기억하고 성찰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2. 차별금지법

지난해 늦봄부터 여름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전국을 순회했다.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재난은 가난하고 취약한 시민에게 고통을 안겼고,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가 겪는 차별은 가속화되었고, 디지털 성폭력과 스토킹으로 죽어가는 피해자들이 늘어가고, 차별과 혐오로 죽어간 성소수자들이 있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시민의 외침을 외면한 국가는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고 죽어간 시민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회는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을 그대로 방치하고 심의조차도 하지 않아 연내 제정을 무산시켰다. 6석의 정의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무력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따뜻한 위로와 강한 연대의 마음을 보내준, 차별받는 시민의 힘은 강력했다. 차별적인 사회구조에서 차별 경험은 우리를 단단하게 연결해주었다. 정치인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평등한 사회에 대한 열망을 가질 수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3. 연결의 정치

상호 의존하고 돌보는 미래를 위해 정치와 시민의 삶이 연결되어야 한다. 힘없고 보이지 않는 시민을 살피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했기에 정치의 공간에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사회와 일터, 가정에서 젠더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는 일상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치가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문화와 인식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연결이었다. 교육 공간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장애 학생과 그 가족을 연결하고, 시설에만 존재하고 지역사회의 시민으로 등장하지 못했던 탈시설 장애인을 연결하여 정치가 장애인의 차별을 알게 하는 것은 중요했다. 군에서 성폭력 피해로 죽어간 여군의 가족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이끌어내야 했다. 존재를 거부당하는 성소수자의 삶의 문제, 유기와 학대로 죽어간 아동, 일자리도 희망도 없어져 버린 청년, 고독과 단절로 죽어간 빈곤 노인, 낙인과 배제를 겪는 이주민 등에 대해 정치가 살피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정치인은 기득권이 아니라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시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연하지만 마땅한 일이다. 그러한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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