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완’은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일컫는 경제 용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협력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1월 ‘그린 스완: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기후변화는 두가지 측면에서 실물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물리적 위험’과 ‘이행 위험’이다. 폭염과 홍수 등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극한 기상 현상이 ‘물리적 위험’에 해당한다. ‘물리적 위험’을 줄이려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행 위험’이 발생한다.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물경제 피해는 금융 분야로 파급된다. 고탄소 산업 등 ‘좌초 자산’ 투자 및 대출로 인한 재무 건정성 악화를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기후변화 이행 리스크를 고려한 은행 부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보면, 2021~2050년 저탄소 경제 이행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은 2.7~7.4% 감소, 국내 은행 자기자본비율은 2.6~5.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리스크’를 줄이려면 녹색금융이 활성화돼야 한다. 녹색산업 투자를 늘리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행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무엇이 녹색경제활동에 해당하는지, 그 원칙과 기준을 담고 있다.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되면 ‘녹색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되려면 6대 환경 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 가능한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중 하나 이상의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다른 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줘서도 안 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그린 택소노미’의 개념과 원칙도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원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선 안 되는 산업이다. 방사성폐기물 등 심각한 환경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린 워싱’(위장 친환경)일 뿐이다. 녹색분류체계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그린 워싱’을 막는 것이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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