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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누구를 찍을 것인가

등록 2022-02-07 18:13수정 2022-02-08 02:32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공동취재사진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공동취재사진

[숨&결]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어디서든 갑론을박이다. 35년 전 처음 대선 투표를 했다. 35년간 대선 풍경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절대적으로 확신했지만 세월이 지난 후 하도 터무니없어 실소를 짓거나, ‘그토록 상황 판단을 못했나’ 하는 생각에 뼈저리게 후회했던 생각들이 어김없이 리바이벌된다. 35년간 생각하는 방식이 그리 발전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여전히 여론을 조작하는 세력이 재미를 보며 성업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역대 최악의 후보만 나와서 찍을 사람이 없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들을 쉰다. 양김시대에도, 노무현-이회창 때도 듣던 얘기다. 해방 후부터 모든 선거에는 항상 역대 최악의 후보만 나왔다.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를 탓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그들은 작은 문제를 작게, 큰 문제를 크게 보도하지 않는다. 모두 똑같이 나쁘다는 식으로 몰고 가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거기에 말려 누구를 찍든 거기서 거기고,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지면 이성을 잃고 만다. 악당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종교 지도자나 정신적 스승을 뽑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흠결이 있고, 살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과거를 들춰 작은 실수를 침소봉대해가며 사람을 평가하다 보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게 된다. 이 사람이 되면 이런 짓을 저지를 것 같고, 저 사람이 되면 저런 식으로 나라를 말아먹을 것 같다. 근거 없는 불안을 키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약속을 하는지,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자.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방식보다 해로운 것은 없다.

1990년대 초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생들이 미국 내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도박을 벌여 엄청난 돈을 땄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이야기다. 카지노는 절대 망하지 않는 사업이다. 도박꾼도 아닌 대학생들이 어떻게 카지노를 이길 수 있었을까? 답은 확률적 사고, 즉 과학이었다. 학생들은 딜러가 카드를 나눠 줄 때마다 그림과 숫자가 몇장 나왔는지 세는 방법으로 남아 있는 카드 중에 그림이 몇장이나 있을지 확률을 계산했다. 그리고 충분히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순간 판돈을 걸었다. 항상 돈을 딴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액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확률은 자연법칙이다. 근소한 차이라도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큰 차이를 빚어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근소한 차이를 알아보는 힘이다. 어느 쪽이 내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한발짝이라도 가까이 가는 길인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1%라도 확률이 높은 쪽에 표를 행사해야 한다.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란 말도 들었다. “못 살겠다 바꿔보자!” 역시 오래된 구호다. 바꾸면 정말 살아볼 만할지 묻는 것이 지혜다. 한때 반공을 국시로 삼은 적이 있다. 국시란 무엇인가? 국가가 어디로 갈지 정한 것이다. 국가의 목표이자, 존재 이유다. 사람이든 국가든 무엇에 반대하기 위해 존재할 수 있을까? 선거도 마찬가지다. 반대가 아니라 실현하기 위해 표를 던져야 한다. 복수심에 불타오를 것이 아니라 꿈을 꾸어야 한다. 심판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까운 과거에 대한 평가는 조금만 지나도 180도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지막으로 후보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대통령 선거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개인의 삶에도 차를 고르거나, 어떤 대학에 갈지 결정하는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차를 살 때는 직접 타본다. 대통령을 찍을 때는 신문이나 방송만 본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한다고? 천만에! 언론은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각색한다. 사실이 아닌 의도를 대중의 의식에 각인한다. 언론을 보고 마음을 정한다면 불순한 의도에 놀아나는 꼴이다. 토론이든 연설이든, 한번이라도 좋으니 후보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누구나 당대를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선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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