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 저널리스트 캘리포니아주 로클린시에서 몽골리안 바비큐 식당을 하는 제이(J)는 2020년 3월20일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금요일, 전 직원이 정신없을 하루를 예상하며 이른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해 뷔페 테이블로 올리고 조명을 밝혔다. 그러나 그날 채소와 고기, 해물을 담아 불판으로 가져오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주문 음식을 찾아가는 몇몇만이 가게를 오갔다. 매상의 90%가 떨어졌다. 캘리포니아주에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날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매상의 30%가 꺾였지만 살아남은 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생존을 위협하며 엄습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초동 방역은 완벽히 실패했다. 이들이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하지 않았던 이유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문화적 배경보다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퍼졌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대신 미 정부는 실업과 파산을 막는 데 전에 없던 행동을 했다. 제이는 바로 다음달에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임금 보호프로그램 1만5천달러(약 1800만원)를 받았다. 현재의 직원(세명)을 유지한다는 조건만 갖추면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상의 지원금이었다. 로즈빌시에서 제법 규모를 갖춘 식당을 해온 엘(L)은 2020년 6월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시중의 절반 이자로 ‘경제적 피해 관련 자금 대출’을 받았다. 12만달러(약 1억4천만원)를 빌렸다. 빚을 더 내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엘은 말을 낚아챘다. “계속 장사할 수 있잖아요.” 30년 상환이기에 매달 500달러 남짓 갚아야 하는데 돈 흐름만 끊기지 않으면 오히려 득이라고, 20년 장사에서 나온 자신감을 보였다. 지방정부들도 상권을 지키고자 현금 지원을 했다. 네바다주 리노시는 모든 가계에 우리 돈으로 약 3천만원을 지급했다. 지속적인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소상공인들은 두차례의 임금 보호프로그램 지원이 매상이 반으로 곤두박질했던 6개월을 견디게 한 버팀목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직원 12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케이(K)는 12만달러와 15만달러를 받으며 회복했고, 지금은 코로나 전보다 나아졌다고 한다. 그 속에는 손님들이 두 배 가까이 얹어준 팁과 상품권을 구매해준 선의가 한몫을 차지한다. 왜 미국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최대 1천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임금 보호프로그램을 작동했을까? 2008년 금융위기에도 실업자는 쏟아졌고, 부실 주택담보대출로 홈리스로 밀려나는 가구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오로지 월가로 공적 자금을 집중시켰다. 친자본을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피해자 구제에 나섰던 이유는 코로나19 위기가 이전의 금융위기들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몰락이 집중될 지점이 초기부터 분명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바이러스 위기의 시간은 그보다 짧을 것으로 전망되었고 소비의 회복탄력성이 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미국의 고용개발국도 전에 없던 태도를 보였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부당해고뿐 아니라 고용주의 경영 악화까지 신청자가 증명해야 했던, 그래서 신청마저 포기하도록 한 모든 요식 절차를 중단했다. 전화 확인마저 생략했다. 특히 팬데믹 실업 보상이 실시됐던 재작년 7월까지 주정부에서 주는 실업급여에 연방정부가 주당 600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 대상도 프리랜서, 계약 용역직, 영세 자영업자까지 확대했다. 코로나19로 식당을 닫고 은퇴한 70대 피(P)가 작년까지 받은 실업급여는 2만달러다. 전에 없던 단기 지원책을 강제한 코로나19다. 요즘 캘리포니아 도심의 공터에는 천막촌이 늘어가고 있다. 주정부는 노숙을 방치하는 것을 코로나19 노숙자 대책으로 삼은 듯하다. 그들이 야외에 있음에 안도하며 그들을 외면함으로써 무언가를 하고 있다 착각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상가에 깃든 안정감은 위안을 준다. 어쩌면 이곳의 소상공인들이 아무리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한숨짓는다 해도,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너무 크기에 한국인인 내 눈에만 보이는 안정감일지 모른다. 최대 다수의 안전을 위해 누군가를 고통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고통의 총량을 줄이는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것이 안전을 위한 모두의 협조를 구하는 공동체(국가)의 염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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