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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보수의 윤석열 사교육이 실패하는 이유

등록 2022-02-21 17:42수정 2022-02-22 11:3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오전 경북 상주시 풍물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오전 경북 상주시 풍물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김남일 | 사회부장

1년 전 이 지면에 ‘교조적 검찰소아병’ 제목의 칼럼을 썼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현직 검찰총장이 검사들의 박수 속에 대검찰청을 떠난 직후였다. 검찰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중2 자기 방 걸어 잠그듯 알량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니 교조적 소아병이 아니고 무엇인가.

촛불을 참칭해 내로남불의 다양한 용례를 만든 정권이 시대의 공정과 상식을 독점하려 했다면, 선민의식 속 검사들은 수사와 기소라는 서초동식 잣대로 세상 모든 공정과 상식을 의율하려 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게 없다면 불쾌할 것도 없다.”(윤석열) 이 전지전능한 검찰식 규문주의 세계관이 보복 정치, 보복 수사 논란을 뚫고 2022년 대선 전략이 된 것은, 그가 집권하더라도 내로남불 시즌2가 열릴 것이라는 어떤 징후다.

윤석열이 열겠다는 것은 검찰통치 시대의 다른 말이다. 5년 내내 불시에 압수물 상자를 들고 나타날 수 있다는 사전영장이다. 일단 경고했으니 지은 죄 없는지 매일 일기장 쓰듯 돌아보라는 얘기다. 정작 당하는 사람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스스로 알 방법이 없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는 기준은 익히 알듯 항상 검찰의 것이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해도 다음 순번은 나일지 모른다는 감염병 대유행 시대의 두려움이 이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집권한 윤석열이 날리는 어퍼컷을 피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검사가 세상 모든 질서와 옳고 그름의 심판자라는 검찰만물설은, 민주와 공화의 언어에서 검찰이 주어를 차지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모두의 경험칙에도 반한다. 보수·기득권 세력은 몇차례 정권을 넘겨주며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본능적으로 습득했다. 이를 알지 못하는 정치 초년생 윤석열은 주식 단타 하듯 수시로 경계를 넘나든다. 자력으로는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 한명 내지 못하게 된 제1야당, 이런 당을 속절없이 지지해야 하는 보수언론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당장 대선이 급하니 격리가 시급한 검사의 직업병이 서초동을 벗어나 여의도, 광화문으로 뻗치는 것을 눈 뜨고 볼 뿐이다.

윤석열 지지 이유를 물으면 후보가 아닌 정권교체를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이 묻지 마 정권교체로 표출된 것이다. 뒤집으면 보수·기득권 세력 누구도 윤석열에게 빚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자신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권력의 최후는 박근혜에게서 봤다. 훈수 차원을 넘어 윤석열을 앞에 앉혀놓고 호되게 가르치는 보수언론의 태도는 여기서 기인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도 말 안 듣는 세상이다. 검찰만물설 신봉자인 윤석열은 가르침의 대상이 되길 거부한다. 내로남불 시즌2는 유권자 큐 사인이 떨어지기 전부터 이미 제작에 들어갔다. 시놉시스는 물론 주인공까지 이미 캐스팅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본인 이름이 정치권에서 거론될 때마다 근무시간에도 몇차례씩 반박 입장문을 내기 바빴던 당사자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대선 후보가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신을 낙점한 듯한 발언으로 연일 도마에 올라도 입을 닫고 있으니 말이다.

1년 전 칼럼에서 ‘그래서 남은 검사들은 이제 어쩌겠다는 것인지’ 거듭 물었다. 윤석열과 함께 감히 경계를 넘을 것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남은 검사들은 전직 검찰총장의 대권가도를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수년째 이어진 윤우진·김건희 수사는 알맹이가 빠진 채 재판에 넘겨지거나 아직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내부에 윤석열이 대통령 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새 검찰총장이 와도 윤석열만을 상왕으로 모시겠다는 것인가.’ 공개수사 3년 넘게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성남에프시(FC) 사건은 한 검사가 검찰사에 남을 요란한 사직서를 낸 뒤에야 윤석열의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이 돼서 검찰개혁을 없던 일로 만들어달란 것인가.’ 윤석열은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자체 예산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로 화답했다.

수사, 한 과목만 잘해서는 정부를 운영할 수 없다. 보수의 사교육은 해법이 아니다. 언제나 답은 공교육 강화에 있었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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