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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제 발등 찍기 커뮤니케이션 / 정남구

등록 2022-03-20 14:09수정 2022-03-21 02:32

1992년 12월18일 치른 제14대 대통령 선거에는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김영삼,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김대중, 통일국민당에서 정주영 후보가 나섰다. 투표를 사흘 앞두고 정주영 후보 쪽은 ‘12월11일 오전 부산 초원복집에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김영삼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폭로했다. 회의를 도청해 대책회의 참석자들이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자”라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했다고 공개했다. 선거 정국이 요동쳤다. 그런데 선거 결과 김영삼 후보가 42%를 득표해 8.2%포인트 차로 당선했다. 한달 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6%에 그쳤는데, 이 사건이 영남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떤 메시지가 세상에 퍼지면서 발신자가 의도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낳는 일이 드물지 않다. 수신자가 누구냐에 따라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이 예산안 심사 때 ‘쪽지 예산’을 끼워넣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이름을 들어 비판하면, 그들은 그 기사를 갖다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내가 이렇게까지 했노라’ 자랑한다. 비판이 되레 홍보로 이용되니 기자들은 곤혹스럽다.

2016년 11월8일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했다. 트럼프는 정·재계에 든든한 후원자가 없었고, 대선에 뛰어들면서 홍보비를 많이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론이 그의 기행에 초점을 맞추고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면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뒀다. 미국의 미디어분석회사 미디어퀀트는 2016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트럼프가 공짜로 거둔 홍보 효과가 30억달러(약 3조6천억원), 선거 때까지는 50억달러에 이르렀다며 이를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효과’라고 했다.

인터넷을 잘 활용해 정치 이야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들 가운데 ‘상대편’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집중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야 박수 받기가 쉬워서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자신이 지지하는 쪽에 꼭 유리하게 작용할까? 소수의 ‘우리 편’을 결집시키면서 더 많은 이들을 등 돌리게 해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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