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선거의 결과를 민의로 받아들이는 전제 위에 설계된 시스템이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 대통령과 입법부 다수 세력인 민주당이 앞으로 2년 동안 손잡고 대한민국을 끌고 가야 한다. 싫어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대화를 한 뒤 윤 당선자를 만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한용 |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가 만났다. 코로나 확산,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도발 등 악재들이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한 것 자체로 마음이 조금 놓인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13명뿐이다. 그 자리에 오르면 국민과 나라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무거운 책임감에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런 자리다.
그러나 대통령은 절대자가 아니다. 헌법도 대통령보다 국회가 우선이다. 국회는 3장이고, 대통령은 4장 1절이다. 국회와 대통령에게 권력을 각각 부여한 분립형 권력 구조가 대통령제다. 대통령중심제라는 권력 구조는 이 세상에 없다.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이 존재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치 후진국이었기 때문이다. 헌법이 정한 권력 구조를 잘못 운영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8년 총선에서 최초로 여소야대가 됐다. 헌법이 정한 대로 민주주의를 학습할 기회였다. 정치 지도자들은 3당 합당이라는 폭거를 자행했다. 민주주의의 싹을 짓밟았다. 그 뒤 여소야대 정국이 몇차례 나타났지만, 집권 여당의 정치 공작이나 선거로 그때그때 넘어갔다.
2022년 3·9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것은 헌법이 정한 대로 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는 두번째 기회다.
윤석열 정부, 윤석열 행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해진다. 성공에 가장 절박한 사람은 물론 윤석열 당선자일 것이다.
성공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 민주당과 권력을 나누면 된다. 대연정을 하면 된다.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국정 파트너다.
윤석열 당선자가 민주당과 대연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의석은 민주당 172석, 국민의힘 110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이다. 다음 총선 때까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다. 후반기 국회의장도 민주당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윤석열 당선자는 ‘식물 대통령’이 된다.
둘째, 정책의 효력이 튼튼해진다.
정부 정책이 힘을 발휘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패는 몇가지 법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줬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요즘 정권 인수에 정신이 없다. 혹시라도 천하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착각이다.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 정권 인수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에 임명한다고 ‘통합 정부’가 될까? 역지사지해보라.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적 배신자가 국무총리 자리에 앉는 데 순순히 동의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다.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겠지만, 윤석열 정부, 윤석열 행정부 출범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6월1일 지방선거도 눈앞에 있다. 여야 대치가 점점 더 격화할 것이다. 그 뒤에 딱 한번 대연정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자의 대선 공약과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국정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민주주의는 선거의 결과를 민의로 받아들이는 전제 위에 설계된 시스템이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 대통령과 입법부 다수 세력인 민주당이 앞으로 2년 동안 손잡고 대한민국을 끌고 가야 한다. 싫어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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