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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새 정부의 인권 과제

등록 2022-04-04 18:09수정 2022-04-05 02:38

[숨&결] 김원규 | 변호사·국가인권위 전 직원

새 정부 출범을 환영합니다. 당선자 공약에 인권 항목이 보이지 않아 몇가지 인권 과제를 제언드립니다.

첫째, 우리 인권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과제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세계 196개국 중 105개국은 사형제를 전면폐지했고, 사형제를 실제 운영하는 국가는 31곳에 불과합니다. 인권위원회의 2018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6.9%가 종신형 같은 대체형벌을 전제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였습니다. 24년 이상 사형 집행을 중단한 우리도 사형제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되었습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특수한 상황에서 존재했던 법률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북한 체제가 찬양고무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찬양고무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표현의 자유를 과잉제한하는 찬양고무 규정 폐지라도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안정적 인권보장제도 마련을 위한 평등법과 인권정책기본법 과제입니다. 평등법은 평등의 의무를 일반인에게 확장하고 시정권고 조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입니다. 유엔의 권고가 여러번 있었고 2020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90%가 법 제정에 동의하는 등 공감대는 이루어졌습니다. 일부가 차별금지 사유 중 성소수자성 포함을 문제 삼지만 성소수자들도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인권정책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기본 제도를 마련하는 법률입니다. 국가는 5년마다 인권정책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유엔과 인권보장 향상을 위한 협력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지자체도 인권기구를 둘 수 있으며 기업도 인권존중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법률적 근거가 취약한 상태에서 인권보장기본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으며 지자체들도 조례를 기반으로 인권활동을 해왔습니다. 안정적 활동을 위해선 법률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 사회가 배제의 길과 포용의 길 중 어디로 갈 것인지 가늠자가 될 수 있는 이주민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200만명 이상의 이주민들이 상주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주민 정책의 문제점으로 주무 부처를 법무부로 한 출입국 및 체류 관리 중심의 제도 운영을 들고 있습니다. 정주형 이주민 수가 과반을 넘긴 상황에서 이주민 정책은 출산과 보육, 교육, 취업, 의료와 주거 등 생활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이미 이주민 주거지역은 게토화가 되고 있으며 이주 2세들은 학업성취도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주민 정책을 포용과 지원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주민 문제가 심각한 프랑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시적 노동력 사용 중심 정책의 변화를 검토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생애주기 인권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불안’입니다. 공황장애 연 증가율이 14%를 넘고 20대의 경우 25%에 육박합니다. 특정 기관으로부터 뇌파를 통해 조종과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4000명이 넘습니다. 개인적 차원의 불안증이 사회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자살률과 산재사망률, 최저의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학업 스트레스로 마모된 신경줄을 가지고 대학 입시에서 좌절하며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절망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복지제도 확충과 불평등 완화 등으로 해결되어야 하지만 삶의 경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인권 문제로 취급되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학습경쟁 완화 방안 마련, 산재율 저감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 저소득 은퇴자들의 소득공백기 지원 대책 등이 인권 문제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보수적인 노태우 정부가 발상의 전환으로 북방외교에서 큰 업적을 남긴 것을 기억합니다. 새 정부가 인권 분야에서 빛나는 성과를 남기시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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